[기고]노숙인 문제, 예방적·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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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맞아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공약 제안 작업의 하나로 CBS노컷뉴스와 복지국가실현연대 총선지원단이 각계 전문가의 기고글을 연재합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실태를 점검하고 사회복지 정책의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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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한국사회의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외환위기다. 경제위기와 실업이나 가족해체 등으로 인해 살던 주거공간을 유지할 수 없거나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일정한 주거지나 연고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사람들, 즉 부랑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아직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그런 것이었다.

시민사회와 정부는 일단 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사람들을 길에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표 하에 여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중심으로 노숙인을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비를 피하고 눈을 피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게끔 하는 것이 거리에 두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인 개입과 대응은 이때를 기점으로 시설보호를 중심으로 계획되기 시작하였다. 노숙인에 대한 서비스와 보호 계획은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보호 중심의 노숙인복지체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향은 현재 커뮤니티케어나 지역사회자립 및 자활 등에 대한 개념들이 사회복지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설중심 노숙인복지체계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나 여전히 노숙인복지의 많은 부분은 시설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노숙인 문제의 근본을 살펴보자면 노숙은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생활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이다. 즉 주거문제가 그 핵심이 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노숙의 해결은 주거확보가 이루어지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주거상실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안정된 주거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현재 주거상실상태라고 한다면 주택을 제공해줌으로써 노숙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즉 주거상실 위기 대상에 대한 예방적 조치부터 주거상실 경험 대상에 대한 주거공급까지 결국 주거를 중심으로 서비스와 복지자원이 집중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 전환을 위해 몇 가지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이 있다.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본고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첫째, 노숙인 개념의 재정의와 용어의 변경이다. 2011년 공식적으로 노숙인 용어가 사용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은 집이 없이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일반시민들의 의식뿐만 아니라 용어가 갖는 제한적 의미 때문에 노숙인복지나 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하는 당사자들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길에서 생활을 시작한, 즉 이미 노숙을 경험하게 된 사람들로 한정하여 노숙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노숙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노숙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주거상실 또는 시설생활'이 전제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노숙인 용어와 대상 범위는 노숙인 문제에 예방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UN이나 국제사회의 홈리스 개념범위와도 맞지 않는 한계를 보인다. 이미 현장이나 학계에서는 홈리스란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개념의 범위가 국내의 노숙인의 범위보다 넓고 포괄적인 특성이 있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루빨리 '노숙인'이라는 용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노숙문제를 주거위기와 상실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노숙인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주거영역이다. 매년 실시되고 있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추진실적'을 살펴보면 노숙인 주거지원에 있어 전국의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와 확대되지 못하는 주거지원 실적이 결과로서 나타나 있다. 노숙인 정책이 시설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거의 경우 한국의 주거복지전달체계가 갖는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노숙인의 주거지원 확대는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홈리스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있어 주거가 핵심임을 인식한 국제사회는 이미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하우징 퍼스트 모델은 홈리스 문제는 영구적인 주거공급이 무조건 우선이 되었을 때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건없는 주거공급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노숙인 주거지원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많은 조건을 제시한다. 자활에도 참여해야 하며, 금주도 해야 하며, 규칙도 지켜야 하며 등등의 조건이 선제될 때 서비스나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노숙인 문제에 있어 자활이 가능한, 노숙 만성 정도가 비교적 낮고 건강한 노숙인들이 주거공급과 많은 서비스의 우선순위가 된다.

이에 비해 하우징 퍼스트 모델은 오히려 위기도가 높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음주 또는 약물남용·중독을 경험하는 길이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 개인의 삶의 질이 더욱더 문제가 될 수 있는 대상에게 우선순위를 준다. 특징적인 것은 주거확보 후 개인의 위험(risks)에 따라 사례관리를 통해 서비스를 연계하고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우징 퍼스트 모델의 효과성에 대한 증거들을 누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취약한 노숙인들에게 다른 형태의 지원에 비해 이 모델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꾸준히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있으며 홈리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집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시작이긴 하지만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주택이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시설의 성격을 전환하여 소규모 주거형태로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노숙인 문제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고 시설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환하기에는 시설이나 종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며 안정적이지도 않다.

또한 주거복지 전달체계가 갖는 한계로 인해 노숙인에 대한 주거공급 역시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전히 욕구와 필요성에 비해 변화의 속도는 더디며 현장과 대상자의 요구에 비해 정책이나 서비스의 개선 속도는 너무 느리다.

한국 노숙인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제까지 매우 제한적인 대상에 대해 잔여적이고 선별적인 형태로 운영되어 왔으며 노숙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렇지만 한국 노숙인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노숙인 보호와 자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설관계자들의 노력을 의미가 없다고 평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노숙인 현장은 그 어떤 사회복지현장에 비해 열악하며 인생을 살며 최악의 경험을 복수적로 경험한 대상들을 일선에서 만나고 관계해야 하는 그런 곳이기에 현장 실무자들이 없었다면 더 많은 노숙인들이 더욱더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안주하고 기존의 제도를 답습하는 것은 노숙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한국사회복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복지대상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노숙인 문제도 함께 같은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느낀다. 노숙인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전환이 가능하도록 시민사회와 정부 모두가 고민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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