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캐슬, ㈜트리플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이름 없이 '그것'이라 불리는 악(惡)은 인간의 약한 마음을 타고 들어온다. 그렇게 인간의 내부로 들어온 실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은 인간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이를 통해 생겨난 공포심과 마음의 틈을 파고들며 성장하고 진화한다.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원작으로 하는 외화 '온다'(It Comes,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는 행복한 결혼생활 중인 한 남자가 자신을 부르는 미스터리한 '그것'을 쫓으면서 밝혀지는, 보이지도 않고 도망칠 수도 없는 공포 엔터테인먼트다.
히데키(츠마부키 사토시)와 히데키의 아내 카나(쿠로키 하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반부까지 호러의 분위기가 강한 '온다'는 카즈히로(오카다 준이치)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후반부에서 오컬트의 색채가 짙어진다.
영매사 히가 코토코(마츠 다카코)의 거대한 불제(祓除·재앙을 물리침)의식은 '그것'의 사악함과 흉포함의 크기를 알 수 있는 동시에 '그것'을 따라 비현실을 여행한 관객을 갑자기 현실로 소환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것'에게 절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도, '그것'에게 이름을 불리지도 말라고 한다. '그것'의 물음에 반응하게 된다면 '그것'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그것'으로 불리는 이름도 정체도 모를 거대한 악의 존재 혹은 사람을 잡아 산으로 끌고 가는 요괴의 부름에 응답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악(惡)'에 응답하는 것과도 같다. '온다'는 당신을 찾아온 '그것'이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대답하고, '그것'을 내 마음으로 들일지 묻는다. 내가 내 안의 공포를 불러들일 것이냐는 물음과도 같다.
(사진=㈜미디어캐슬, ㈜트리플픽쳐스 제공)
'그것'은 인간의 약한 마음, 가족 간의 약한 연결고리의 틈을 파고든다. 그렇게 스며든 공포는 더 큰 공포를 만들어내고, 자신을 갉아먹는다.
영화는 강풍으로 컵이 깨지고, 알 수 없는 힘에 부적이 찢어지는 등 평범함을 파고드는 작은 전조들을 통해 공포를 서서히 키워나간다.
'그것'을 불러들이는 것도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나쁜 아이'와 '거짓말'이다. 작은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누적된 거짓말이 일상의 평화를 깨고 가족 간의 유대를 무너뜨린다. 자신을 부정하는 거짓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틈을 타고 '그것'이 히데키와 카나 등을 찾아온다. 일상 속 전조들이 '그것'을 불러들인 것이다.
결국 '그것'은 약하고 위태한 인간만을 노리고, 그 인간의 나약함을 먹고 몸집을 불린다. 수많은 영매사와 주술사가 '그것'에 대항하고자 했지만 죽음을 맞이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연약함과 공포를 먹고 커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것'은 절대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베일에 싸여있다. 볼 수 없음에 공포는 더욱 커진다.
'온다'에서 무서운 존재는 현실 저편에 존재한 '그것'만이 아니다. '그것'을 불러들이는 현실 속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다보면 '그것'보다 더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이름도 모르고, 실체도 알 수 없다는 것은 곧 '알 수 없음'에서 기인하는, 인간의 의심과 두려운 마음이 공포 그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영화는 '악'이란 존재와 '공포'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에게 '공포'란 무엇인지 되묻는 '온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 등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에서처럼 강렬한 색상의 조합, 특유의 빠른 화면 전환과 슬로우 모션을 통한 감각적 장면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또한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고마츠 나나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3월 26일 개봉, 134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미디어캐슬, ㈜트리플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