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우려가 지속하는 가운데 추가 개학 연기 및 후속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가 사상 초유의 유·초·중·고교의 '4월 개학'을 결정했다. 감염 우려로 인한 긴급 조치로 3·4월 모의고사(학력평가)가 미뤄지고 여름방학마저 사라지는 등 학사일정에 대대적인 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학부모들과 고3 수험생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4월 개학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교육계는 큰 혼돈에 휩싸였다.
◇ 수업일정 최소 1개월 밀려…모의평가·중간고사 4월 중순에나 가능고3 학생 대부분은 3월 학력평가를 시작으로 입시 계획을 짠다. 크게는 정시파(정시에 몰두하는 학생)와 수시파(수시와 정시를 모두 도전)로 갈린다.
통상 수시전형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까지다. 수시파들이 1학기까지 학교 시험 공부에 전념하고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수능 기출 문제를 풀면서 '정시'모드로 전환하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뒤틀렸다. 이미 4월 초로 연기된 3월 학력평가는 개학이 2주 더 미뤄져 또다시 4월 중순 이후로 밀릴 상황이다.
교육부가 의무 수업일수(190일)를 줄인다지만, 학사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밀렸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실상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학교에 나가야 한다. 예년 같으면 정시 준비에 집중할 시기에 학교 수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게 된다. '올해 수능이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여름방학 사라진 고3들 '한숨'…수능공부 언제하나학생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대광고 3학년에 다니는 김택순(18)군은 "막막하다. 일주일에 세 번 학원에 가고 학원에 가지 않는 날도 8시간씩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앞날을 모르겠다"며 "수능이 12월이나 1월로 미뤄진다는 얘기가 나오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군은 "1학기 중간고사가 사라지고 수행평가로 대체된다고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이화여고 3학년 박모(18)양은 "지금은 개학 연기가 맞다고 본다. 학교에 중국 국적 학생들이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감염이) 불안하긴 하다"면서도 "수시를 준비하면 1학기 시험 모든 과목을 다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고 다들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교사들 "준비한 일정 다 무너졌다…개학 이후가 더 걱정"교사들도 바뀐 일정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사 전모(58)씨는 "3월23일 개학 시점에 모든 것을 맞춰서 수업 계획이나 진도, 방학 일정을 여러번 회의 끝에 조율했지만 4월로 다시 밀리면서 전체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전씨는 "1학년이나 2학년보다 3학년이 가장 문제라 학교에서도 입시 준비에 초점을 맞춰서 대책을 논의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수업 일수나 진도를 고려하면 정부가 언제까지 개학을 미룰 수는 없기에, 교사들은 개학 이후 벌어질 코로나19 감염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전씨는 "학교는 밀폐된 공간이라 일반 독감만 유행해도 한 반의 3분의 1 이상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며 "한마디로 지금 뇌관이나 다름없다. 개학 후에 코로나19 감염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저희도 굉장히 두렵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4월6일 개학도 확정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4월6일 개학이 원칙이지만, 그 사이 확산 추세를 감안해서 최악의 경우 더 연기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 단계별로 세심한 대비책을 마련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이사는 "현재로서는 4월6일에 개학하는 것도 상당히 다행스러운 상황으로 봐야한다"면서 "여름방학 단축은 불가피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 시기에) 자기소개 작성 등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입 수능 연기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 교육부는 "수능 연기를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개학 일정이 확정된 후 입시 관련 다른 사항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