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전은 없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외부수혈을 노렸지만 결국 제자리 걸음이었다. 미래통합당 4·15 총선 전선을 총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회는 결국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꾸려지게 됐다.
이른바 '험지'라는 서울 종로 탈환을 꿈꾸며 절치부심하던 황 대표는 졸지에 전국 각지의 전황을 지휘하는 감독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스포츠경기로 치면 선수와 감독을 겸하는 '플레잉 코치(Playing Coach)'가 된 셈이다.
수도권에선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꾀할 만한 이렇다 할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지원유세 다니다 판세 뒤집힌 오세훈
황 대표 역할은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겪었던 사례와 비견된다.
오 전 시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 2016년 3월 당시 종로 후보로 뛰면서 동시에 자유한국당 서울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중앙당 선대위는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꾸려졌지만 시장 출신에 대권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인지도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문제는 막판 판세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됐던 오 전 시장은 선거운동 초반 주변 다른 지역구에 지원 유세를 가는 데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상대였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골목길을 저인망으로 훑었고 '대통령은 오세훈, 지역은 정세균', '강남스타일 대 종로스타일' 같은 표어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표심이 뒤집혔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집계되자 오 전 시장도 종로 선거에 '올인'하고 당내 경선자들이 총출동해 유세를 도왔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결국 선거 당일 3만 3천표를 얻는 데 그쳐 4만 4천표를 확보한 정 후보에게 참패했다.
그 뒤 정 후보는 국회의장을 거쳐 현재는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국가 요직을 도맡았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서울 광진을에 총선 도전장을 냈지만 당시 상황을 교훈 삼아 '조용한 선거'를 꾀하고 있다. 주변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채 '바닥'을 묵묵히 도는 중이다.
◇ 김종인 합류 무산…정치신인에 회의적 시각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황 대표는 이번 총선 선대위 상임총괄위원장을 직접 맡기로 했다. 그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직접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깃발을 들겠다"고 밝혔다. 선대위는 전체 선거판의 전략과 메시지를 지휘하며 각 지역 선거구에서 벌어지는 야전의 전황을 감독한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종인 전 대표 합류는 끝내 무산됐다. 김 전 대표가 몇몇 공천 지역을 문제 삼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상임 선대위원장' 자리를 요구하자 그의 영입을 주도했던 황 대표도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에서 지지율이 크게 밀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중앙일보 의뢰를 받아 지난 10~11일 종로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황 대표를 찍겠다는 응답은 30.2%에 불과했다.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50.5%)보다 무려 20.3%포인트 뒤지고 있다.
수도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광진을에선 오세훈 전 시장(36.8%)이 민주당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44.5%)에 열세를 보였고, 경기 고양정에선 김현아 의원(31.1%)이 민주당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42.2%)에 밀렸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 무선 가상번호에 유선 임의전화걸기 결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여기에 텃밭인 강남에서는 연일 공천과 관련한 잡음이 커지고 있다. 항상 '이기는 판'에 뛰어들었던 김종인 전 대표가 빠진 것도 통합당의 흐름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외연 확장을 꾀할 공약이나 선거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때문에 당장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선 우려가 교차한다. 강서을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을 돕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고자 한다면 벽을 허물고 지평을 넓히고 신선한 감각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수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김종인 불발'은 우려스럽고 두고두고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황 대표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본인이 차기 대선에 출마여부만 본다면 당이 외연 확장 없이 현행 110~120석 정도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개성 강한 중도 성향 인사가 많이 당선될 경우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능력을 입증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12월 "150석이 되지 않으면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