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갑(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 대유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입장을 취해오다 결국 밤사이에 WHO가 ‘판데믹’, 전 세계적인 유행을 선언한 겁니다. 이게 감염학적으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대구 경북에서 증가세가 둔화되는가 하더니 수도권에서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99명 나온 상태입니다.
지금 걱정스러운 게 이 구로구 콜센터는요. 신도림역 근처에 있는데 이 신도림역이 1호선, 2호선이 다 지나가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입니다. 그러니까 이 지하철을 타고 근무자들이 수도권 각지로 흩어졌다는 거죠. 약 열흘 동안 지하철에서 접촉한 사람들을 헤아리는 게 이게 가능한 건지 짚어봐야 할 점이 많습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만나보죠. 이재갑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재갑>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밤사이에 결국 판데믹 선언했네요.
◆ 이재갑> 일단 예상은 됐었는데 더 늦어질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요. 판데믹 선언을 했는데 다만 WHO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사실 더 문제고요.
◇ 김현정> 잠깐만요, 교수님. 선언이 더 늦어질까 봐 더 걱정했다?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 이재갑> 사실 이미 판데믹 선언을 했었어야 했는데 조금 주저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거든요. 다만 저는 그냥 혼자 생각했던 건 WHO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서 늦추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대응 카드.
◆ 이재갑> 왜냐하면 지금 세계 각국들이 다들 지금 환자가 늘어나는 것 때문에 대응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이런 게 상당히 부족한 것들을 벌써 보이고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사실 선진국에 해당되는 국가들도 이미 그런 부족 상황들을 겪고 있는데, 그러지 않은 여러 아프리카라든지 동남아시아나 이런 작은 국가들을 도울 여력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WHO가 아무리 노력한들 그런 국가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방법이 별로 없거든요.
(사진=연합뉴스)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 김현정> 그래서 여태 망설인 것이다. 교수님, 1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왔을 때 저희 뉴스쇼 팀에 전화주셨잖아요. 이거 보통 일이 아니라고요. 다들 ‘이게 큰일일까?’ 하고 있을 때 ‘이거 큰일입니다, 보통 일 아닙니다’라고 저희한테 전화를 주셨을 때 이런 세계적인 대유행. 세계적인 판데믹까지도 염두에 두셨던 거예요? 예상하셨어요?
◆ 이재갑> 이렇게까지 급속하게 갈 것까지는 예상을 못 했는데 어쨌든 상황이 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중국에서의 상황들이 그 당시는 통제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어느 국가든 중국 같은 상황을 맞게 되면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사실 그때부터 하기는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너무 빨라요. 대유행이 너무 빨리 왔어요.
◆ 이재갑> 그렇죠. 예전 신종플루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됐거든요.
◇ 김현정> 그 이유는 무증상 감염이 발생한다는 특징 때문인가요?
◆ 이재갑> 무증강 감염보다는요. 그러니까 무증상 감염이 전파 가능할 가능성보다는 주로 이게 증상 초기니까 본인이 자각하기 전 또는 자각할 때쯤에 이미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특징들을 보여준 겁니다. 그래서 방역 당국이라든지 지역 사회 감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그런 바이러스기 때문에 그렇고요.
그 다음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환자 숫자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중증 환자에게 진행되는 부분들이 급속도로 진행하다 보니까 대개 그런 방역을 하는 국가마다의 특성에 따라서는 감당하기 힘든 환자 발생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걱정을 했습니다.
◇ 김현정> 빨리 늘어나는 만큼 치료하는 것도,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씀. 이게 같이 결합이 되니까 생각됐던 것보다 더 빠르게 판데믹이 시작이 됐다. 그러니까 오늘 새벽이죠. 오늘 새벽 선언한 것도 사실상은 늦은 거다. 현실적으로 더 빨리 왔다는 말씀이네요. 그럼 우리 상황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그제까지만 해도 증가세가 좀 꺾이는 것 같았다가 어제 다시 200명을 넘어섰어요. 지금 우리 상황은 어디쯤에 있다고 봐야 되나요?
◆ 이재갑> 일단은 우리나라 같은 상황은 신천지 상황이 중간에 끼어 있었잖아요. 그리고 신천지에서 4000명 넘게 환자가 발생을 했거든요. 대구 신천지 교회 방문자 중에서요. 그러니까 그 부분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런 데 집중하다 보니까 지역 사회 감염이 조금조금 확산되고 있는 부분들을 사실 놓치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구 안에서 지역 사회 감염의 패턴들이 이런 식으로 집단 시설을 통해서 이미 보이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신천지와 관련돼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관련이 없더라도 여러 시설들에서 많이 발생을 했잖아요.
◇ 김현정> 요양 병원이며 이런 곳들요.
◆ 이재갑>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지역에서도 소규모로 발생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 신천지에 매여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신경 못 썼던 거고요. 이제 신천지 환자들이 빠지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 사회 감염이 이런 식으로 확산될 거다라는 걸 보여주는 그런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겁니다.
◇ 김현정> 이번 구로구 콜센터의 경우가 어떻게 보면 ‘다른 지역도 다 긴장하세요. 이런 식으로 이제 벌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어떤 경고판, 사례판인 건가요?
◆ 이재갑>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되는 데요. 왜냐하면 지금 대구도 그렇고 다른 지역도 집단 발병하는 곳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하는 곳에서 다 발생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를 못 했던 영역들 또는 준비하기 힘들었던 영역에 발생하는데 이 바이러스가 그만큼이나 지역 사회 감염을 일으키면 이런 취약한 것을 통해서 확산된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만큼이나 우리가 대비해야 될 영역들이 많다라는 걸 이제 보여주는 겁니다.
◇ 김현정> 콜센터에 근무하셨던 분들 얘기가 사실은 ‘콜센터는 먼지 없는 공장과도 같은 곳이다. 예전에 우리가 그 열악한 의류 만드는 공장 얘기할 때 그런 열악한 공장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콜센터는 먼지 없는 공장과도 같이 돌아갔다. 굉장히 열악하다’라는 얘기를 하시던데요. 지금 이재갑 교수님 말씀하신 것도 그런 열악한 곳들에서 이런 집단 감염이 툭툭 전국에서 터질 수 있다는 걸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 이재갑>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바이러스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이, 지역 사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나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계속 이런 상황이 발생할 거거든요.
◇ 김현정> 이번 서울 콜센터 말고도 대구 콜센터 두 군데에서도 소규모지만 집단 감염이 일어났거든요. 콜센터 말고 다른 어떤 곳들을 주시하세요?
◆ 이재갑> 일단은 사람들이 많이 밀집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요양 보호 시설이나 요양 병원 또 장애인 거주 시설 그다음에 학생들 보호하는 시설도 있잖아요. 그다음에 교도소라든지 재소자들이 모여 있는 곳들. 그리고 군대. 이런 데들이 다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영역들을 어떻게 앞으로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지원할지 논의를 시작, 이미 시작했어야 됐지만 신천지 때문에 그쪽 방역에 신경 쓰느라 많이 못 했는데 이제는 그런 영역들을 어떻게 보호할 건가에 대한 고민을 빨리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구로 콜센터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근무자들 역학 조사를 하다 보니까 이미 열흘 전부터 인후통과 몸살 기운으로 병원 다녔던 분들이 몇 분 있더라. 진짜 단순한 인후통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역으로 생각을 해 보면 이미 그때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는 거죠?
◆ 이재갑> 그렇죠. 처음에 한두 명이 아마 감염된 상태로 그 안에 들어갔을 거고요. 그분들이 확진이 안 된 상태로 계속 근무를 하면서 감염되는 숫자를 여러 명으로 늘렸을 거고 그 여러 명에 의해서 다시 한 번 증폭되는 그런 단계를 밟았을 겁니다. 아마 신천지에서 확산되는 거랑 비슷한 패턴들로 확산이 됐을 거고요. 아마 그래서 한꺼번에 100여 명 넘는 환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렇죠. 사실 첫 확진자 나온 게 지난 일요일인데, 2-3일 만에 99명으로 늘어날 수는 없는 거니까.
◆ 이재갑>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사실상 열흘 정도 전부터 증상이 나타났고요. 그때부터 바이러스가 차례차례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러면 제가 여기서 걱정이 되는 건 신도림역. 이 코리아빌딩이 교통 요지에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 콜센터에 첫 증상자가 나온 게 열흘 전이라면 열흘 동안 차례차례 감염됐을 거고 차례차례 감염되는 동안 지하철을 타고 수도권 곳곳으로 그 증상자들이 확진자들이 출퇴근을 했다는 얘기인데.
지금 질본에서는 지하철 내 접촉자는 너무 많아서 역학 조사, 동선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얘기를 하던데요. 그러면 지하철 내 전파의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가. 이거를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지하철 생각보다 괜찮다 이러고 어떤 전문가는 위험하다 그러고. 이재갑 교수님은 어느 쪽이 맞다고 보세요?
◆ 이재갑> 일단 지하철 내의 밀집도 부분이 어땠는지에 관한 조사는 해 봐야 되고요. 그분들이 주로 출근했었을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되고 또한 근무자들이 보통 이게 다중 이용 시설이다 보니까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시거든요. 그래서 마스크를 얼마나 썼는지 여부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고요.
그래서 일단은 그런 부분들이 어차피 역학 조사를 통해서 확인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라 이 부분들은 계속 홍보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이 주로 언제 지하철을 이용했고 그 이용 동선이 어디, 어디까지 미쳤다라는 것들을 언론을 통해서 홍보를 하든, 재난 문자를 통해서 홍보를 해서 그 영역에 같이 출퇴근을 했었던 분들이 증상이 있으면 바로 1339에 연락해서 선별 진료소에 오게끔 하는 지금은 방법이 그렇게밖에는 없습니다.
◇ 김현정> 대중교통 지하철이나 버스에서의 전파 위험도는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진짜로 상당히 공포스럽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출퇴근할 때마다 지하철 안에 사람 빽빽히 있는 걸 보면 공포스러워서 못 타겠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일반적으로 어떻게 봅니까? 대중교통에서의 감염 정도는?
◆ 이재갑> 일단 마스크 착용을 안 한 상태이고 만약에 마스크 착용 안 한 분들이 많은 상태에서 20-30분 이상 계속 동행을 하시게 되면 전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왜냐하면 밀집돼 있고 서로 얼굴을 마주대면서 있는 상황도 많기 때문에.
◇ 김현정> 말 안 해도 마스크 안 차면 위험해요?
◆ 이재갑> 그렇죠. 말 안 해도 숨을 쉬면서 바이러스가 나오는 거기 때문에 말을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조금 덜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고요. 또한 그런 분들이 슬금슬금 기침을 하면 주변 환경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흠흠’ 이 정도만 해도.
◆ 이재갑> 단시간에 오염된 공간. 또 손이나 이런 걸 통해서 다중으로 만지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데 이게 몇 시간 있으면 사멸하기는 하지만 지하철 내에서는 5분, 10분 안에 계속 여러 사람들이 만질 수 있는 부위들이 많잖아요. 그런 걸 통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라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여러분 대중교통 이용하실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또 손도 반드시 세정한 후에 얼굴 만지고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해 주셔야 됩니다.
◆ 이재갑>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재갑 교수님 고맙습니다.
◆ 이재갑>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