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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홀로 돌보다 끝내…70대 노부부 쓸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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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 치매 앓는 아내 수년간 돌봐
기준 미충족으로 기초수급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지원 거부해 별다른 방법 없었다"…225세대 이웃들도 죽음 알아차리지 못해

(사진=연합뉴스)

 

치매를 앓던 70대 여성과 그를 홀로 돌보던 남편이 집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일 오전 10시 30분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남편 A씨(77)와 부인 B씨(73)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사망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동 주민센터와 경찰 등에 따르면 부인 B씨는 5년 동안 치매를 앓았다.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남편 A씨는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직접 아내를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임대 아파트 재계약 서류를 요청하기 위해 이들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자 직접 집을 찾아갔다. 당시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자 집 안에 들어갔다가 이들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부부는 2018년 여름 서울 은평구에서 강서구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사는 아파트는 계단식 임대 아파트로 한 층에 15호가 산다. 총 225세대가 살지만 이들의 죽음을 발견한 이웃은 없었다.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드님이 한 분 계셨는데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노부부 두 분이 함께 사신 걸로 안다"며 "해당 임대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거의 다 저소득층"이라고 말했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노부부의 월소득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저소득 국가유공자에게 '국가유공자 생활보조수당으로 매달 주어지는 10만원과 노령연금 총 60만원 남짓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하지만 노부부는 사실상 민간·공적 서비스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들이 서울 은평구에 거주할 당시엔 국민기초수급자 대상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노부부가 금융소득 등 자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상이 되진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도 사정이 어려우니 복지사들이 2~3차례 방문해 수급 신청을 하라고 했지만 거부하셨다, 이럴 경우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이들을 마지막으로 찾은 건 지난해 11월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후원물품 등을 지급하려 했지만 A씨가 이 역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이들의 몸에 특별한 상처가 없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비춰볼 때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유족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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