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1시 전주시청 근처의 한 공간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가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다. (사진= 남승현 기자)
지난 28일 오후 1시 전주시청 근처의 별도 공간에 마련된 사무실. 한꺼번에 100명이 앉을 수 있는 간이 책상과 의자가 있고 자리마다 유선 전화기와 이단 신천지 신도 명단이 담긴 서류 봉투, 생수가 올려져 있었다.
전주지역 신천지 신도를 전수 조사하기 위해 임시로 마련된 작업 공간이다. 신천지 신도의 사전 요구에 따라 제대로 된 간판이나 편의공간도 없이 군사작전 하듯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다.
임시 사무실 2곳에 투입된 모니터링 요원 200여명은 16개로 조를 나눠 업무를 수행한다. 전주지역 신천지 신도 수가 5천490명인 점을 고려하면 요원 1명당 신도 28명을 맡는 셈이다.
전주시청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모니터링 요원들은 '오전 9시~11시', '오후 2시~4시' 하루 2번 신천지 신도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으며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한다.
주로 대구·경북 방문 여부를 물은 뒤 신천지 대구교회 방문인지 단순 방문인지를 구분한다. 주소와 신도 연번, 성명 등 인적사항도 필수 확인 사항이다.
전주시청은 지난 27일부터 2주간 전주지역 신천지 신도 5490명에 대해 일일 조사에 돌입했다. 주말도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명단이 추가되기 때문에 업무량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로부터 신도 20여만명의 명단을 받았으며 이중 국내 신도 명단을 전수 조사를 실시할 각 지자체에 보냈다.
'코로나 19'와 관련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23일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입장 발표를 했다. (출처:신천지 홈페이지)
그러나 현장에선 신천지 신도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요원들이 신천지 신도들에게 전화를 걸면 더러 '당신 이름이 뭐냐'라고 항의를 받는다"며 "너는 내 정보를 알아서 전화하니 너도 개인정보를 밝혀야 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조사 내용을 비롯해 직원들의 신상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며 "전주시청에서 전화를 드렸다는 것 외에는 직원 정보에 대해 일체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불쾌함을 드러내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신도도 속출하고 있다. 28일 기준 5490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855명은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신도도 있다. 대구 방문 사실을 숨길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신천지 측이 모니터링 요원의 전수 조사과정을 일일이 참관하는 광경도 벌어지고 있었다.
한 직원은 "신도 5명이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공간에 배치돼 바로 옆에서 전주시청 공무원들의 조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며 "명단 유출 등의 우려로 신도가 나왔다고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협조적인 신천지 신도 조사로 인해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가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조사가 끝난 뒤에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숨진 전주시청 공무원 신모(42)씨의 빈소에 있던 유족의 모습. (사진= 남승현 기자)
앞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전주시청 총무과 소속 7급 공무원 신모(42)씨가 지난 27일 새벽 1시쯤 전주시 효자동 자택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의 사인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신씨는 코로나19 총괄대책본부상황실과 보건소에 각종 행정지원을 비롯해 신천지 신도의 전수조사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다 전날 오후 11시쯤 퇴근했다.
전주 예수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전주시청 유경수 총무과장은 "내부 공무원 200여명이 신천지 신도 5천490명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며 "신씨는 이들 모니터링 요원에 대한 메뉴얼, 서식 등 전반적인 교육 등을 맡아왔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이어 "신씨는 직원에게 '몸이 좋지 않다'며 저녁 11시에 퇴근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며 "다른 직원들은 새벽 2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