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표준약관 재해분류표 (사진=생명보험 표준약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할 경우 생명보험에서 재해 사망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 법이 올해 개정됐으나 생명보험 표준약관이 그에 따라 수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논란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에서는 사망을 재해 사망과 일반 사망으로 구분해 달리 보장한다. 상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통상 재해 사망 보험금이 일반 사망 보험금의 2배 이상이 된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보험에서 보장하는 여러 재해 중 하나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을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개정 시행된 해당 조항을 보면 코로나19도 포괄하는 신종감염병증후군이 들어가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숨질 경우 생명보험에서 재해 사망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재로 재해 사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1월 개정 전후로 감염병 분류 체계와 내용이 달라져서다.
감염병 예방법 제2조는 정의 조항으로, 개정 전 옛법에서는 감염병을 '군(群)'으로 분류했고, 개정 후에는 분류체계를 '급(級)'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제2조 제2호의 내용도 변경됐다.
개정 전 제2조 제2호는 '1군 감염병'을 정의하는 조항으로, '마시는 물 또는 식품을 매개로 발생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감염병'을 1군 감염병이라고 하면서 그 사례로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간염 등 6종을 적시했다.
개정 후 법 제2조 제2호는 '1급 감염병'의 정의 조항으로 변경돼 1급 감염병을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라고 규정하고 신종감염병증후군을 비롯한 17종을 그 사례로 들었다.
개정 전 1군 감염병에 해당하는 감염병은 새법에서는 제2조 제3호의 '2급 감염병'으로 재분류됐다.
감염병 예방법이 개정·시행되기 전에 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코로나19로 숨지면 재해 사망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간주된다. 가입 당시 표준약관 재해분류표에서 언급한 '감염병 예방법 제2조 제2호'는 옛법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올해 가입한 고객은 상황이 애매하다. 표준약관이 말하는 '감염병 예방법 제2조 제2호'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개정된 법률 제2조 제2호를 뜻한다고 보면 재해 사망으로 인정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옛법 제2조 제2호를 지칭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올 1월에 가입한 고객일지라도 표준약관상 재해에 해당하는 감염병은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간염 등 6종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할 수 있다.
재해 사망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만큼 보험금이 덜 지급돼 고객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에서 말하는 '감염병 예방법 제2조 제2호'의 감염병이 예전의 1군 감염병(현행법에서는 2급 감염병)을 가리키는지, 문자 그대로 1급 감염병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둘 다를 포괄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알 수 있게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재해로 간주하는 감염병을 어떻게 봐야 할지 유권해석을 내려 주는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표준약관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