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폐쇄되었던 국회가 방역을 마치고 정상화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코로나19가 확산일로인 가운데 정작 바이러스보다 여당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잇단 설화(舌禍)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TK(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이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코로나19 사태와 동 떨어진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운동도 중단할 정도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데, 불필요한 지점에서 민심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타임지의 유의미한 분석인데, 한국 확진자 급증 이유가 뛰어난 진단 능력과 자유로운 언론 환경, 투명한 정보공개 등 민주적 책임 시스템이라고 한다"며 "한국 같은 조건을 갖춘 나라는 없다. 확진자가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이수진 최고위원도 "위기 속에 온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최고의 한류 방역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5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민심이 흉흉한데,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자화자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박 최고위원의 말대로라면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지금의 이 상황도 정부여당입장에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긍정적 신호일 뿐이다"라고 곧바로 비판했다.
이에 박 의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보도내용을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의 역량을 믿고 서로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은 잇따른 '설화 리스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전날 홍 전 수석대변인이 'TK 봉쇄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까지 수습에 나선 다음날에도 또다시 구설수에 올라 해명할 일을 만드냐는 비판이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홍 전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응 긴급 고위 당정청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되는 현 단계에서 봉쇄정책을 극대화시켜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고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며 "특히 대구·경북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적극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한류 방역' 등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서도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건복지위 소속인 민주당 의원은 "할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쓰는 '봉쇄'라는 말을 몰랐던 모양"이라며 "민주당이 메시지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현실 인식과 민심 파악 능력에 대해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당초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까지 넘봤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서울 강북 등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에서도 미래통합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이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본다.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느냐"며 "납작 엎드려서 국민들께 '미안하다'고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총선에서 지는 게 전략이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악의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전체적인 감염병 추이도 잘 이해 못한 건 대변인 책임"이라며 "홍 대변인 개인의 문제기도 하지만 민주당이 아직도 민심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홍 전 대변인은 'TK(대구·경북) 봉쇄' 발언의 책임을 지고 전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홍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 이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봉쇄 발언'으로 다음날까지 포털 검색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여론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홍 전 대변인은 최근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해 고발을 주도하며 정치권 안팎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게 아니냐"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 대변인이 자주 논란의 도마에 오르자 일각에서는 "진작 관뒀어야 하는데, 당이 판단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일찌감치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