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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 찍어낸 듯한 '성범죄 반성문', 이대로 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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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올 1월에만 '가짜후원' 6건 적발
위력 성범죄 가해자인데 '업적' 있다며 감형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마련 전 기존 요소도 개선해야"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대법원에 기존 성범죄 양형인자의 감경요소도 재정비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대필 반성문과 일회성 기부 등을 거르지 못하는 기존 성범죄 양형기준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새로 만들어질 양형기준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양형위원회는 오는 4월 26일까지인 전반기 임기 내에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번 의견서에는 지난해 선고된 성범죄 관련 하급심 판결 중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137건의 양형기준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감경요소들이 여전히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적인 상황임이 담겼다.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법원은 △진지한 반성 △사회적 유대관계 △피고인의 평판 △주취 △초범 △친족관계에서의 부양 사실 등 크게 6가지 이유로 가해자의 형을 낮춰주고 있었다.

특히 137건 중 3분의1 수준인 48건이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삼았다. 판결문에는 대체로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라고 기록됐다.

그러나 '반성'의 근거로 제시된 자료는 피고인의 반성문이나 일방적인 후원·기부, 사회봉사 자료 등으로 매우 빈약했다. 최근 반성문 대필 업체가 성행하고 '성범죄 대응 매뉴얼', '양형시 제출서류 팁' 등이 공공연히 포털사이트 광고로 등장하는 상황이지만 법원의 감형은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 가족이나 지인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경우 "가족·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재범 위험성이 낮다"며 형을 감경한 사례도 많았다. 교육계·연극계 성폭력 사례 등에서처럼 위계·위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저지른 피고인임에도 그 힘을 형성한 '사회적 평판'이나 업적을 이유로 감형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유대관계'란 좋은 품성이나 선행을 보이지 않아도 성희롱이나 성매매 등 기존의 남성중심적 성폭력 문화를 공유함으로서 형성할 수 있다"며 "감형 사유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평판과 업적에서 나오는 위계나 위력으로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들은 더욱 범죄에 저항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며 "이를 근거로 한 감형은 위력 성범죄의 처벌과 상충하는 것은 물론이고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수회의 동종범죄를 저지른 후 기소된 피고인에게 기존 형사처벌 전력은 없어 '초범'이라며 감형해준 사례들도 지적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여전히 신고율이 낮은 성범죄에서 피고인의 처벌 전력을 형식적 양형 인자로 고려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성폭력이나 친족 성폭력의 경우 심신미약과 피해자 부양 사실은 감경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상황에 따라 가중사유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하급심 재판부에서도 양형기준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범죄로 재판을 받는 가해자나 지인이 (감형을 노리고) 후원을 시도한 사례가 지난해에만 23건, 올 1월 한 달간 6건이 적발됐다"며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 판단에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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