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인기동화 '구름빵'의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 1·2심에서 패소한 후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구름빵'의 저작권을 둔 법적 다툼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지게 됐다.
백 작가는 지난 12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해당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고 판결문이 송달된 같은 달 30일 이후 상고 기한인 2주(14일)가 종료되기 직전이다.
앞서 백 작가는 지난 2017년 출판사 한솔교육과 한솔교육의 계열사인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DPS)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월 1심에서 진 데 이어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한솔교육은 지난 2004년 '구름빵'을 출간했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DPS는 한솔교육 측과 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가공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의 2차 저작물을 공동제작했다.
동화 '구름빵'은 출간 이후 8개국으로 수출되고 50만권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성공사례로 꼽혀왔지만 저작권자인 백 작가는 이로 인한 부가수익을 거의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인작가였던 백 작가가 출판사와 체결한 출간계약에 들어간 소위 '매절계약'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출판사는 저작권에 대한 일정 금액을 원작자에게 지급한 뒤 향후 저작물 이용권한을 모두 갖게 된다. 해당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창작하는 활동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추가수익이 발생해도 원작자는 이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백 작가는 '구름빵'이 출간된 후 한 차례 지원금을 포함해 출판사로부터 1850여만원만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2심 재판부는 "(매절계약에 해당하는) 이 조항은 백 작가가 당시 신인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출판사가 저작물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고 한 측면도 있었다"며 "백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출판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작품에 대한 포괄적 저작권과 별개로 백 작가가 주장한 동화 속 등장인물 관련 '캐릭터 저작권'도 작가의 권한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 작가 측 변호인은 "당시 출간 계약서에서는 계약 대상을 '그림책 1권'으로, 개발 내용을 '구름빵 글과 그림'으로 정했기 때문에 '캐릭터를 양도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어 이 사건 계약으로 캐릭터 저작권까지 양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법원 역시 저작물에 등장하는 시각적 캐릭터에 대해 '시각적 표현에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으면 원저작물과 별개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우리 법은 불공정한 계약을 무효로 보고 있고 이 사건 계약은 출판사가 그림책 작가들에게 동일하게 제시한 계약서이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아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된다"며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얼마든지 적극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트위터)를 통해 "어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마지막 남은 희망과 용기를 그러모아 저항해보려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마저 패소한다면 '일단 저작권 양도계약을 맺으면 캐릭터 사업을 비롯한 2차적 활용을 사업자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가 된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창작자들에게 정말 심각하게 타격을 주는 판례로 남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를 남겼다.
한편 출판사 측은 "'구름빵'은 당시 신인작가의 창작 작품임에도 (출판사에서) 4개월 이상 그림책에 사용된 사진 전체를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발간 후에도 독보적인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다"며 "'구름빵'은 매절계약이 아닌 저작물 용역계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같은 개발물은 인세계약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