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변경을 신청하자 '무단이탈'했다며 신고한 사업주에게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민사7단독은 지난 7일 외국인 노동자 A씨와 B씨(이하 원고들)가 사업주 C씨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이하 노동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C씨가 숙식비 명목으로 매월 원고들의 임금에서 공제한 돈 등 약 94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 400만원 상당도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다. 단, 노동청을 상대로 사업장변경 절차 지연에 따른 배상을 요구한 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은 2016년 6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와 C씨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당초 설명한 것과 달리 매월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고 법상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으로 월급을 줬다.
수차례 면담 끝에 C씨의 공장에서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고들은 지난해 3월 노동청에 사업장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C씨는 원고들이 출근하지 않고 "무단이탈 했다"며 신고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일하는 업체를 옮기려면 해당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들의 경우처럼 사업주의 임금체불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노동청이 바로 사업장 변경을 승인해줄 수 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 노동청은 원고들의 지속적인 진정을 접수해왔고 C씨의 임금체불에 관한 현장조사도 실시해 일부 사실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C씨의 '무단이탈' 신고 후 노동청은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야 할 사유가 생겼다"며 사업장변경 결정을 늦췄다.
결국 원고들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 중 사업장변경 승인에 이어 재취업이 되기까지 총 5개월을 빈손으로 지내게 됐다.
재판부는 "임금체불로 인한 갈등으로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C씨의 사업장에 출근을 거부할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무단이탈'로 신고를 했다"며 "원고들은 사업장변경이 지연되는 동안 강제로 출국될지 모른다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C씨 사업장의 상황을 곧바로 살피지 않고 사업장변경을 지연한 노동청의 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당한 기간 결정이 지체됐다고 해서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전반적인 업무처리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