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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예였습니다"…다단계 하도급이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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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호소, 극단적 선택에 숨진 노동자
"죽은 동료 책임도 4차 하청업체에 전가 "
"3차 하청업체는 하도급 자격조차 없어"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직원들이 떠난 공장에 출근해 남은 작업을 하는 4차 하청업체 사장 최모(49)씨. (사진=남승현 기자)

 

"임금 체불로 동료를 잃은 것도 서글픈데, 그 책임까지 하청업체에 전가하려는 게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네요".

12일 전북 김제의 한 공장에서 만난 최모(49)씨는 3개월의 시간을 돌이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원청인 대기업으로부터 4차 하청업체 사장이면서 직원 10여 명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현장 일을 해 온 노동자다.

최씨는 지난 4일 임금 체불로 동료 조모(45)씨가 생을 마감했다는 비보를 접한 뒤에도 직원 2명과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모두 합쳐 1억 3천만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납품 기일이 지연될 경우 손해액을 배상해야하는 구조였다.

이를 지켜본 노동자 박모(50)씨는 "돈을 받지도 못하는데 계약이 됐다는 이유로 떠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노예처럼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죽기 전 최씨에게 억울하고 미안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최씨는 "조씨가 숨지기 며칠 전 전화해 '일을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조씨가 안타까운 결정을 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3차 하청업체 소속인 조씨가 죽은 책임까지도 4차 하청업체 대표인 최씨가 떠안게 되는 일도 발생했다.

최씨는 "조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2차 하청업체가 조씨가 숨지고 나자 '4차 하청업체에 고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책임감 없는 고용주의 태도를 지적했다.

3차 하청업체가 최씨에게 보내온 정산합의서, 제반문제(급여, 상여금, 퇴직금 등)를 4차 하청업체가 책임을 진다는 사항이 있다. (사진=남승현 기자)

 

최씨는 "계약상으로 하면 4차 하청인 우리 회사가 모두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파산해야 한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어 "1억 3천여만원의 임금이 미지급됐지만 3차 하청업체는 우리 잘못이라고 떠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임금은 물론 숙소 임대비와 노동자의 식비 등 다른 부대 비용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또 '3차 하청업체가 하도급 자격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다른 이에게는 하도급이 아니고 정직원이라고 이야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3차 하청업체 사장이 공장의 소장이나 작업장의 관리는 내가 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장은 4차 하청까지 하도급이 내려간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 원청인 대기업 하청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조씨는 지난 11월 15일부터 설날 직전인 1월 말까지 3달간 일했지만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 4일 노모에게 "임금을 못 받았다. 자식을 부탁한다"며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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