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는 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공포심을 이용한 가짜뉴스 역시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우한폐렴과 관련해 생성된 가짜뉴스는 '구체적'이고 '생생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감염병 관련 정보의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생기는 '정보 공백'을 가짜뉴스가 채우고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명하고 빠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화해 봤는데 의심환자 데려간 게 맞대", "확진자 SKT 직원"…퍼지는 가짜뉴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구급차가 왔는데 조금이따가 더 큰 구급차가 와서 사람을 싣고 갔어요. 근데 데리고 나온 구급대원분이 방역복을 입고 있었는데... 의심환자를 데려간걸까요?? (중략) 출동했던 소방서에 전화했더니 의심환자 보건소로 인계한게 맞다고 하네요"
지난 27일 오후 한 온라인 맘 카페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의 일부이다. 글쓴이는 "불안감만 조성할까봐 그냥 펑(글 삭제를 의미)하려다 다같이 불안한 마음이실꺼 같아 다시 글 남깁니다. 지역은 송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가짜뉴스'였다.
서울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28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우한폐렴 의심환자와 관련해서 출동한 사실이 없다"면서 "혹여 의심환자가 있으면 구급팀은 바로 동향보고를 하게 돼 있는데, 이 역시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송파구 보건소 관계자 역시 "글이 올라온 당일(27일) 보건소 차가 나간 적은 있지만, 우한폐렴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면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됐지만, 그 내용은 캡처돼 다른 커뮤니티 등으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글이 거론되면서 "소식 들으신 분 계세요? 타커뮤(니티)에서 봤는데 방역복 입고 온 구급대원이 (의심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갔대요"라는 글이 실렸다.
확진 환자와 관련한 유언비어도 생성됐다. 지난 28일 SNS 등에서는 '[긴급공지]우한 독감 관련해서 4번째 확진자가 서린빌딩에 근무하는 SKT회사 직원이라고 합니다. 서린빌딩 전체를 방역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도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확인 결과 SK텔레콤 직원 중 우한폐렴 확진자는 없었다"면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내가 직접 봤는데"…구체적이고 생생한 가짜뉴스, "정보 공백 파고 들어"
(사진=연합뉴스)
우한폐렴과 관련해 퍼지는 가짜뉴스는 정부의 발표보다 구체적이면서 생생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직접 봤다', '확인해봤다' 등의 표현을 한다거나 '어디 회사의 누구', 'OO빌딩'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담는 것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감염병은 시민들이 본인의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정보를 최대한 빨리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한다"면서 "확인된 사실만 말하는 정부 발표보다 확진자 동선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가 빨리 업데이트되지 않는 '정보 공백'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만들어지고 확산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6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 2호선에서 중국인이 쓰러져 있는 사진과 함께 그를 우한폐렴 환자로 의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는 중국 내에서 우한폐렴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해당 중국인은 단순 취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일대를 이동했다고 알려진 우한폐렴 세 번째 확진 환자가 '스타필드 고양'에 방문했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확인 결과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 "정부가 정보에 대한 통제 버리고 투명하고 빠르게 공개해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제는 이 같은 가짜뉴스가 사회에 불안감을 높여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거나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염병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즉각 발표하고,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는 등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당장 필요가 없는데도 음식이나 약을 많이 사들인다거나 하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가짜뉴스가 정부 불신을 높이고, 높아진 불신이 다시 가짜뉴스를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관련 기관이 새로운 사실들을 즉각 업데이트해줘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나왔을 때는 바로바로 반박하는 보도자료도 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 역시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속도보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사회 전체에 공포심을 일으키고, 결국 정책적으로나 정부 대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나중에는 정부가 아무리 공적인 자료를 내놔도 사람들이 잘 믿지 않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짜뉴스 시대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스스로 정보에 대한 통제를 과감하게 버리고 투명하고 빠르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