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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왕용범·유준상 콤비가 그리는 창작 뮤지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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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유준상 배우

뮤지컬 '영웅본색' 연출가 왕용범, 배우 유준상 (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공) 확대이미지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과 배우 유준상은 뮤지컬계 대표적인 콤비다. 이들은 김태호·유재석, 나영석·강호동, 봉준호·송강호 등 영화·방송계에 소문난 '영혼의 단짝'에 버금가는 케미로 국내 창작 뮤지컬을 이끌어오고 있다.

2009년 '삼총사'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벤허' 등 다수의 작품에 함께하며 호흡과 의리를 다졌다.

그런 그들이 다시금 뭉쳤다. 두 사람의 의리만큼이나 진한 남성의 우정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본색'으로 관객 앞에 섰다.

최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역시 콤비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를 향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왕용범 연출은 "유준상 선배님은 영웅본색의 이런 의리, 우정 이런 것들이 정말 빈말이 아니고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뮤지컬 계의 '자호' 같은 분"이라며 "선배님과 함께하면 다른 배우들 역시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님은 예전에 '삼총사' 할 때 1~2막 배우들의 동선을 하루 만에 다 정해주시더라. 당시 연출가가 동선을 정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실제로 제가 움직여 보니 너무 잘 정해졌다"면서 "그래서 그 뒤로 배우들을 다 모이게 한 뒤 '이 연출가 무조건 믿어야 한다' 얘기했고, 왕용범 연출님을 신뢰하게 된 것은 그때 이미 정해졌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잭 더 리퍼' 작업 할 때 회전문 위에서 잭이 휘파람을 불고 자전거가 지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연출님이 '이것은 영웅본색 오마주인데 나중에 같이 하시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이번 작품 역시 원작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 들어가는데 연출님이 말한 약속이 다 지켜지고 하니 안 믿을 수가 없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큰 자부심이다"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영웅본색' 연출가 왕용범, 배우 유준상 (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공) 확대이미지

 

두 사람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 '영웅본색'은 홍콩 누아르 영화의 효시로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오우삼 감독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웅본색' 1편을 큰 줄거리로 삼고 2편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어 신선함을 가미했다.

특히 이 작품은 여타 뮤지컬과는 조금 다르게 영상에 더욱 신경을 썼다. 1천여 장의 최첨단 LED 패널이 뿜어내는 화려한 영상은 마치 실제 홍콩의 밤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하며 장면 장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홍콩은 빛의 도시다'라는 작품의 컨셉을 잡고 LED 영상을 써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우리가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지만,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영화 같은 템포의 작품을 구현해내자는 판단에서 장면 전환이 용이한 영상을 썼죠. 새로운 시도는 늘 두렵긴 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무대 화법들을 표현해냈고 결론적으로 성과를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왕용범

이 같은 영상 중심의 무대는 배우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유준상 역시 이번 공연을 하면서 매우 놀랐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전 신이 LED 화면으로 나오는 공연은 처음이에요. 저도 무대에서 연습하면서 계속 장면이 바뀌는 것에 놀라고 감탄했죠. 무대에서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고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 유준상

뮤지컬 '영웅본색' 연출가 왕용범 (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공)

 

원작이 워낙 시대를 풍미한 명작이기에 연출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또한 누아르 라는 장르를 장소가 제약된 뮤지컬 무대로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왕 연출은 이 같은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왕 연출은 "누아르는 정적인 장르고 뮤지컬은 수단의 장르라 어울리지는 않는다"면서도 "누아르 뮤지컬 제작을 고민하다 작품의 강한 드라마 성 장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누아르를 해석할 때 화려하게 생각해서 액티브 한 무대를 만들려다 보니까 안무 신이 많다"며 "그래서 비장미를 기대하셨던 분들한테는 좀 배신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영웅본색을 '축제'처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왕 연출이 집중한 드라마는 뮤지컬 무대에서 잘 발현됐다. 자호와 자걸 그리고 마크 세 명의 서사는 '우정'과 '의리'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대전제의 메시지 안에서 단단하게 전달된다.

그렇다고 원작의 명장면과 누아르가 갖고 있는 액션 역시 빠지지 않는다. 불붙은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채 쌍권총을 들고 자호의 복수를 하는 마크의 모습 등 주옥같은 명장면은 무대에서 오롯하게 재현되는가 하면, 배우와 앙상블들의 안무는 화려한 액션으로 드라마를 지탱한다.

영상미와 드라마라는 기둥으로 굳건하게 세워진 뮤지컬 '영웅본색'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준비를 마쳤다.

"영웅본색을 뮤지컬화 하겠다고 중국 원작자들을 계속 설득했어요. 중국에서는 영화 콘텐츠로 뮤지컬이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죠. 하지만 영화 원작자들이 이 작품의 첫 공연을 보고 매우 만족했어요. 심지어 중국 본토의 투자도 이끌어 가겠다고 말하고 가셨어요. 또 '새로운 콘텐츠 만들 때 참고해도 되겠냐' 할 정도로 좋게 보시더라고요." - 왕용범

왕 연출은 그러면서 라스베이거스 상설공연 논의 사실을 전했다. 비디오 문화를 휩쓸었던 홍콩 문화에 세계적인 관심이 높기 때문에 경쟁력 역시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랜 기간 창작 뮤지컬에 투신해 온 왕 연출은 앞서 수출에 성공한 자신의 작품 '프랑켄슈타인'과 관련한 일화도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작품의 비전 역시 드러냈다.

"'프랑켄슈타인'을 대극장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했어요. 3년 전 일본 첫 공연을 할 때 유준상 선배님과 갔는데 1,000석이 넘는 관객에서 '한국에서 온' 오리지널 배우, 원작자라고 소개를 하고 박수를 받는데 국위 선양 했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머지않은 때에 '토니상'에 우리 한국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해요. '외국 것이 좋다', '누가 만들었다더라' 해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작품을 좀 더 관객분들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서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 왕용범

뮤지컬 '영웅본색' 배우 유준상 (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공) 확대이미지

 

이 같은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착은 유준상 역시 크다. 결과적으로 '영혼의 단짝' 두 사람이 한국 창작 뮤지컬 계를 나서서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유준상은 "외국 작품이 완성도가 높은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라면서 "하지만 저는 창작을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긴 하지만 연출과 이야기를 하고 동선을 상의하며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좋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작 작품은 끊임없이 어떤 한순간을 창조해내고 만들고 하는 재미가 있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부분을 찾아내고 하는 것들이나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상황에서 관객들을 책임지고 끌어오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창작 작품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을 향한 이들 콤비의 애정은 향후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영웅본색의 공연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왕 연출의 '신(神) 3부작' 마지막 편인 '단테의 신곡'으로 다시 합을 맞출 예정이다.

앞선 '프랑켄슈타인'이 신이 되고자 한 남자, '벤허'가 신을 만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단테의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왕 연출은 "'단테의 신곡' 대본을 다 써놓고 계속 고쳐서 쓰고 있다. 이 작품도 유준상 선배님과 할 텐데 '이번엔 지옥입니다. 지옥에 내려가시죠'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유준상은 "단테의 전시부터 공부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두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꿈도 스스럼없이 풀어냈다.

왕 연출이 "30년 후에 유준상 선배님 팔순 잔치 할 때 예술의전당에서 1인극인 '노인과 바다' 공연을 올리자고 얘기했다"고 말하자 유준상은 "이 얘기는 '프랑켄슈타인' 연습 때 말했는데, 왕용범 연출님이 하는 말은 다 약속으로 지켜질 거라 생각하니까 너무 행복하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3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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