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지휘한 일선 검찰청의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교체되면서 진행 중인 수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주요 사건은 실무 담당자인 부장검사가 잔류했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조율할 차장검사들이 모두 떠나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23일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평택지청장으로, 송경호 3차장을 여주지청장으로 전보했다.
이들은 각각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 수사를 맡아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천안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이들은 모두 청와대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거나 핵심 인사와 관련한 수사를 지휘해 왔다.
일부 수사는 진행 과정에서 '먼저털이식 수사'라거나 '검찰권 남용' 이라는 청와대와 여권의 비난을 받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지난 8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 이후 갈등은 더욱 커졌다.
새로 교체된 수뇌부와 수사팀이 유 전 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연루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나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에 연루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신병처리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상갓집 추태'로 규정한 신임 지휘부와 수사팀의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상갓집 추태 사건은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지난 18일 대검 소속 중간 간부의 가족 장례식장에서 직속상관인 심 부장에게 "왜 무혐의냐"고 항의한 사건이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수사 진행 등 일정은 물론 지휘부와 의사결정을 조율할 실무 책임자가 모두 교체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팀이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한다고 해도 일선 검사장 등 의사 결정권자와 논의하고 협의하며 진행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조율하는 차장검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사팀과 의견이 다른 지휘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진행 상황을 잘 아는 차장검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이 교체되면서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현안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은 대부분 유임시켜 기존 수사나 공판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휘계통에 있는 차장검사는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것이 아닌 만큼 수사 차질 우려나 수사 방해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직제 개편에도 기존 수사 중인 사건은 현재 맡은 수사 부서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을 둬 연속성을 갖고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차장검사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 의지를 가진 부장검사가 맞다"며 "법무부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새로 보임된 차장검사가 수사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진행 상황 등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날 인사 발표안을 받고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연속성 등을 고려해 대검 소속 과장급 간부 인사들을 유임 시켜달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거 교체되는 인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을 비롯해 반부패 수사 지휘를 보좌하는 엄희준 수사지휘과장,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임현 공공수사정책관,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등을 모두 전보했다.
이들은 각각 원주지청장과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 대전지검 차장검사,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