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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 논란' 美대사 집중포화, 北향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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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의욕적으로 검토 중인 개별 북한 관광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견제 발언을 하자 청와대와 정부, 여권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협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겨냥해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이후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낙관주의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북한 관광에 대해서는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라는 점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금도를 넘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맹국인 미국 대사를 향해 여권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 부처까지 나서 일제히 유감 또는 비판 발언을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정청의 이례적인 동시 대응은 결국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미관계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이제는 국제 제재와 무관하게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모색해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를 찾자는 정책기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며 “남북협력과 관련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고,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반박하며 남북협력의 독자성을 강조한 것은 결국 북한을 향해 호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미관계가 잘되면 남북관계도 잘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부가 지난해 북미관계에 주력했으나, 실제로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전혀 견인하지 못했고 오히려 견제했다는 반성이 이번에 남북 협력의 독자성을 들고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현재 국제 제재의 틀 속에서도 남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안들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북한 개별 관광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실향민들의 고향 방문과 연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별 북한 관광을 위해서는 북한 방문을 금지하는 천안함 5.24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신변안전보장 각서 역할을 해온 초청장 없이 비자만으로도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개별 북한 관광은 사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산업을 주요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상황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양덕온천 문화휴양지'를 개장한데 이어 올해 안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군 관광단지를 완공하는 등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도 지난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독자적인 개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현재 마식령 스키장을 개장해, 이곳을 평양과 개성, 묘향산 관광과 연계하는 관광 상품으로 외국관광객을 모집 중이다.

북한이 이처럼 관광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별 관광에도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와 함께 독자 개발 구상을 밝히면서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북한이 관광 수입 때문에 정부의 개별 북한 관광 카드에 호응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관광수입보다 체제수호가 더 우선”이라며, “중국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은 얼마가 와도 북한 내부에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남측 관광객은 그 자체로 북한 체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산가족 상봉이 매우 중요한 인도주의적 과제인 것은 맞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산가족은 사회 하층부 동요 계급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상봉을 가장 하기 싫어하는 정치적 행사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자력갱생의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의 내부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경남대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올해 내부 결집과 총력 대응을 위해 외부에 쓸데없이 힘 빼는 제2전선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2020년은 우리가 하고 싶어도 북한이 받을 여유나 공간이 없는 시기일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가 미지수라고 하더라도, 남북협력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정부의 구상을 당장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그동안 이뤄진 남북 합의를 이행할 의지를 계속 강하게 북한에 보여줌으로써 총선을 앞둔 단기적인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관리하고, 더 나아가 향후 북미 관계 개선이 이뤄질 때 남북으로 다시 돌아와서 뭔가 도모할 여지를 확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사단법인 희망래일 창립 10주년 정책세미나'에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며,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리기 위해서는 이런 때일수록 착실히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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