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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케미칼 백혈병 사망 노동자, '1353'일 만에 산재 인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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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보호제 생산 업무하며 유해물질 장시간 노출'
백혈구 수치 이상 소견 나온 날에도 야근했던 故 이창언씨
둘째 아들이 태어난 지 4일 만에 임종

故 이창언씨의 가족사진. 백혈병 발병 전 건강했던 이창언씨. (사진=송승민 기자)

 

"조금이나마 남편한테 떳떳해지지 않았나", "이대로라면 남편 잃은 딸을 두고 눈을 감아도 편히 감겠다."

전북 전주의 한 화학소재 기업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등진 故 이창언(31)씨의 부인 김효진(35)씨와 장인 김우겸(66)씨의 말이다.

지난 10일 화학물질을 다루다 백혈병에 걸린 이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이씨는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씨는 2012년 1월 5일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 입사해 전극 보호제 생산 업무를 하며 벤젠 등 화학물질을 취급했다. 입사한지 3년 10개월이 지났을 때쯤 이씨는 감기 증상에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씨는 단순 감기가 아닌 '백혈구 수치에 이상이 있어 당장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소견서를 받았다. 소견서를 받은 날에도 이씨는 야간근무를 해야만 했다.

이씨의 장인인 김씨는 "사위가 그 아픈 몸에도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며 "퇴근하는 사위를 데리러 갔을 때 '박스를 깔고 한쪽에 누워서 조금 쉬었다'는 사위의 말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고 발병 초기를 떠올렸다.

2015년 11월 18일, 이씨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씨는 투병 중인 2016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사업장내 화학물질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창언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위법하다는 내용. (사진=김우겸씨 제공)

 

이에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소송을 제기했다. 약 4년인 1353일 만에 행정법원은 '이씨가 전극보호제 등 생산 업무를 하며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에 장시간 노출됐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부인인 김씨는 "아이 아빠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유는 근무환경과 안전장치가 좋지 않아서다"며 "이번 판결로 노동자분들이 안전한 곳에서 일하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32살이었던 이씨는 3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고 동생의 골수까지 이식받았지만 끝내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씨는 둘째 아들이 태어난 지 4일 만인 2016년 4월 1일 부인과 두 자녀를 남겨둔 채 눈을 감았다.

장인인 김씨는 사위의 임종까지 곁을 지키며 병간호를 했다.

김씨는 "마음 약해질까 겁나 유언은 묻지 않았다"면서 "사위가 투병할 때 '좋은 차 하나 뽑아서 애들 데리고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한 기억은 난다"고 회상했다.

김효진씨는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으며 장인 김우겸씨는 개인택시를 팔고 15t 레미콘을 몰며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故 이창언씨의 유가족은 서울행정법원의 1차 판결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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