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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한한령' 전화위복…"中 공략법 변화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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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 해빙 기류…한한령 해제 기대감↑
"사드 사태 이전과 다른 현지 전략" 목소리
한류 세계화 날개…"中만 바라볼 이유 없다"
확장성·불안요소 여전…"다변화·선점책 절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뜻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로 무대를 넓혀 온 한류 콘텐츠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중국 현지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13일 CBS노컷뉴스에 "실제로 한한령이 터진 뒤 한류는 중국 시장 대안으로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시장은 물론 미국 본토를 공략한 면이 분명하다"며 "앞으로 나올 한류 콘텐츠 역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둘 뿐 중국만을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최근 △올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방한 예정 △중국 내 한국 단체관광 회복세 △한류 가수들의 대규모 중국 콘서트 개최 보도 등으로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불거진 한한령도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같은 날 "과거 한국 드라마의 경우 중국에서 놀라울 만큼 큰 시장이 열리면서 글로벌·오픈 마켓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사드 사태 이후 일순간에 막혔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에서는 한국 제작사와 웹 드라마를 만들거나, 한국 스태프를 데려가서 현지 드라마 등을 만드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이 기간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상당한 성과를 이뤘는데, 지난해 중국에 가서 현지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당시, 우리나라 김성주·장성규 등 이른바 '아나테이너'(연예인처럼 재능·인기가 많은 아나운서)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봤다."

노 교수는 "그만큼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에 현지 젊은이들이 익숙하고 호감을 지녔다는 방증"이라며 "한한령이 한류 확산에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는 데 상당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류의 안정적인 확산을 가로막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이 점에서 현지 시장을 향한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평론가는 "중국 시장에서 한류의 불안 요소는 '중국향'이라고도 표현되는 현지화 전략인데, '중국인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접근하다보니 그들 정서에 기댄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호응을 못 얻고 중국 내에서조차 자국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것을 보고 싶어하는 현지 대중에게 파고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고 전했다.

'자국문화중심주의'로 불리는 중국 내 자국 문화 챙기기 역시 한류가 제대로 평가받는 데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날 "지난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할리우드 영화조차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것은 바로 개봉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수 개월씩 연기되는 모습을 봤다"며 "한한령으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영화'라는 점을 내걸고는 개봉마저 제약받는 상황이어서 타격이 크다"고 했다.

그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중국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한류 열풍이 확산 중인 동남아 시장 등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노 교수 역시 "한한령 아래서도 여전히 중국 내 한국 방송 콘텐츠 소비가 안정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지금보다 그 소비가 급격히 성장할 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내다봤다.

◇ 한한령 해제 'OTT' 시장 공략과 맞물려…"콘텐츠에 국경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K팝 신드롬,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 열풍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류는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면서 그 영향력을 넓혀 왔다. 한한령 해제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의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국 시장 접근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 평론가는 "물론 중국 시장이 크기는 하지만, 한류는 그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진화해 왔다"며 "이는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OTT(인터넷으로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이 열리면서 확장됐는데, 이로 인해 국가 경계는 의미를 잃고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경향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OTT 시장의 급격한 성장 덕에 굉장히 한국적인 콘텐츠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자기화하는 흐름을 가속시켰다"며 "여기에는 번역 작업처럼 현지인들이 보다 쉽게 해당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로를 넓혀 온 노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앞에서 언급한 OTT 시장은 이번 한한령 해제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한류 확산을 위한 핵심 통로로 다시 한 번 언급되는 분위기다.

노 교수는 "넷플릭스 등은 중국 자본과 달리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게 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안정적인 확장성을 지닌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한령 해제 이후에도 궁극적으로 바라봐야 할 지점은 '로컬'(local)이 아니라 '글로벌' OTT 전략"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한령 해제는 그 자체로 'OTT 시장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그 길은 중국·동남아 시장을 겨냥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넷플릭스 등이 중국·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OTT를 통해야 한다고 인식할 만큼, 우리에게는 후발주자로서 OTT 산업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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