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 학생의 '헬기구조 외면' 의혹을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의 퇴선 유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해경 지휘부 인사들이 구속여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검찰이 참사 당일 구조에 직접책임이 있는 해경 관계자들의 신병확보에 나선 것은 참사가 일어난 지 약 5년 9개월, '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임관혁 단장)이 출범한 지는 약 두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오전 10시30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는 전·현직 해경 간부 6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두 재판부로 나눠 진행한다.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모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여모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의 구속 필요성을,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유모 전 서해해양경찰청장 상황담당관의 구속여부를 심리한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청장은 "구조 실패 책임을 인정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저로 인해서 유가족들의 그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질 수 있다면, 저는 오늘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급박한 상황에서 저희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 말씀을 꼭 올리고 싶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김 전 청장은 "초동대처에 대한 허위보고는 인정 안 하나", "유가족분들한테 한 말씀만 해달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 전 청장에 이어 김 전 목포해양서장, 김 전 서해해경청장 등 5명도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빠르게 입정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퇴선유도'를 지휘하는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해 승객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게 한 혐의를 받는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고 발생 직후 상황을 보고받았음에도 충분한 초동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이들은 지난해 11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제기한 '헬기 이송 지연의혹'도 받고 있다.
특조위에 따르면 참사 당일 단원고등학교 2학년 임경빈군은 사고현장에서 맥박이 뛰는 상태로 오후 5시24분경 발견됐지만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놓쳐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김 전 청장은 병원 이송을 위해 임군이 타야 했던 헬기를 김 전 서해청장 등과 이용해 임군의 사망을 야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임군은 당시 헬기가 아닌 배를 3번 갈아타며 이동해 4시간41분만에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각종 보고문건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도 적용했다.
한편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재판부에 이들의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기회를 갖는다. 보통 영장심사는 비공개로 이뤄지지만 형사소송법상 담당 재판부가 신청내용 등을 검토해 피의자의 친족이나 피해자 등에게 예외적으로 방청을 허가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장심사 전 과정을 지켜보는 방청은 불허했지만 심문 종결시점에 유가족 측에 피의자 구속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결정했다. 이날 유가족 측에선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김광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등이 대표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된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해 11월11일 세월호 참사 '재수사'를 위해 꾸려졌다. 특수단은 같은달 22일 인천 소재의 해양경찰청 본청·서해지방해경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27일 김 전 청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사건 관계자 100여명을 소환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