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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총 입지 다진 민주노총…사회적 대화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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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정 대화 강조에 "경사노위 대신 단독교섭" 비난 여론?
"경사노위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대화 채널 열자는 것"
"경사노위로 오히려 꽉 막힌 정부-민주노총, 제1노총 계기로 대화 재개해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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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총으로 공식 인정된 민주노총이 한동안 잠잠했던 노정 대화의 기지개를 다시 펴고 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틀이 아니라도 다양한 방면에서 교섭과 협의, 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있기 5일 전, 고용노동부가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을 앞질러 제1노총이 됐다고 공식 인정한 사실을 가리켜 "제1노총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전환을 고민할 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제1노총 등극을 빌미로 경사노위를 부정, 거부하고 단독교섭을 요구했다'며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주장을 뜯어보면 새삼스럽게 경사노위를 거부하고 별도의 대화기구를 만들겠다는 야심보다는 사회적 대화 복귀를 위한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자료사진)

 

◇경사노위 입구 스스로 막은 민주노총…제1노총 계기로 변화 이끌까

김 위원장은 현재 경사노위의 모태가 된 '8자회의론'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사회적 대화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인 바 있다.

또 올해 총선을 앞두고 노동 정책 의제를 전면에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달부터 진보정당 순회 간담회를 시작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부와의 노동 정책 논의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사노위 참여 문제는 이미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2차례나 대의원대회에서 참여 안건이 부결될만큼 내부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게다가 경사노위 1기를 파국으로 이끌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편안 논란이나 실패로 돌아간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노총이 참여해도 거수기 역할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더 힘이 실리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김 위원장 본인이 국회 앞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까지 되면서 정부와 민주노총 간의 기류는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따라서 별다른 명분 없이 대뜸 경사노위 참여를 노정 대화 복원의 첫 단추로 삼기에는 민주노총 지도부로서는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다만 정부가 제1노총으로 인정한 것을 계기로 삼아 경사노위에 참여해도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그동안 묵혀뒀던 사회적 대화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양대 노총 위원장과 얘기 나누는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산별 교섭·노정 협의로 대화 열자…정부 태도 변화 더하면 사회적 대화 복귀도 노려

경사노위에 곧바로 복귀하는 대신, 김 위원장이 제시한 우회로는 산별 교섭 강화와 사안별 노정 협의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산별 노조 교섭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GM의 거듭되는 정리해고 문제를 꼽았다.

전기·수소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 고용 안정을 함께 보장하려면 산별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정교섭의 대표 사례인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고용주가 곧 정부인 마당에 굳이 경사노위 테이블까지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대체로 마무리됐지만, 자회사·중규직이 주를 이루고 있어 올해부터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노정교섭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덧붙여 김 위원장은 주52시간제 및 ILO 협약 비준 논의의 정상화와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 고용 문제나 전교조 법외노조 해소 국면 등에서 정부가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노정 간의 신뢰를 회복하면 경사노위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동력도 되찾을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민주노총 손지승 부대변인은 "일부 언론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가 아닌 별도의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다양한 방면에서 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는데도 경사노위라는 틀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부대변인은 "경사노위 복귀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정부와 당장 논의할 수 있는 의제부터 대화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제1노총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정부와 충분히 협의할 자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사진=경사노위 제공)

 

◇아직은 뜨듯미지근한 정부지만…"제1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 계속할 수는 없어" 비판도

다만 현재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의 외곽 대화를 확대했다가 자칫 대통령의 공약으로 어렵게 출범한 경사노위의 위상이 탄력근로제 논란에 이어 다시금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현 정세에서는 당장 민주노총의 협력이 절실하지는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1노총이 빠진 경사노위를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정부의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이제 정부로서도 제1노총을 빼놓은 채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며 "반대로 민주노총도 대의원대회 결정 없이 경사노위에 참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채널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경사노위가 아닌 각종 협의기구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대화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라며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접근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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