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에 대한 수사가 3개월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경찰이 연말까지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류 교수를 소환 조차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늘어지는 상황이다.
연세대학교의 징계 절차 역시 늦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올해 1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앞둔 류 교수가 아무런 징계 없이 학교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류석춘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류 교수에게 1월 중 출석할 것을 정식으로 통보한 상태"라며 "다만, 류 교수가 출석하지 않을시 소환시기가 다시 한번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고소·고발인이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통상 3차례까지 출석요구가 다시 이뤄진다.
경찰의 소환이 늦어진 데에는 류 교수가 자료 준비 시간 등을 요구하며 소환에 응하지 않은 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찰이 시민단체 측에서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무법인 서담의 김의지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은 늦어져도 1~2개월이면 소환 통보가 간다"며 "사회적 관심사도 큰 사안인데 경찰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위안부는 매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고발인을 언제 소환하느냐는 사건에 따라 천차만별"라며 "소환시기가 늦어진 것이 수사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앞서 류 교수는 지난해 9월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류 교수는 수업 중 해당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말해 성희롱성 발언을 해 파장이 커졌다. 해당 발언이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서다.
시민단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과 9월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두 사건 모두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수사지휘 내렸다. 경찰은 고소·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마친 상태다.
한편, 연세대학교에서 지난 학기 중단시켰던 전공 수업을 류 교수에게 다시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류 교수는 올해 1학기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경제사회학'과 교양 과목인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수업을 맡았다.
학교 측은 "성 관련 문제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새로 개설될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류 교수의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고 류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도 확정되지 않아 강의 개설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내 징계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류 교수를 조사해 온 연세대 윤리위원회는 최근 1차 회의에서 징계 의견을 냈지만, 류 교수가 재심을 요구하면서 2차 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학교 본부의 미진한 대응을 규탄한다"며 "2020년 1학기 이후 류 교수의 은퇴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 이전에 징계가 나오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