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신년 메시지로 핵·미사일(ICBM)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미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실제 내용 면에서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은 1일 신년사를 갈음한 것으로 보이는 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를 투쟁구호로 내걸었다.
지난해 신년사 구호는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종료된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제재·압박에 맞서 정면돌파전을 감행하자고 독려하며 "우리 혁명의 당면 임무로 보나 전망적인 요구로 보나 반드시 수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 앞에 증명해 보이었다"면서 "이러한 조건에서 (핵·ICBM 시험 유예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세상은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충격적 실제 행동"도 경고하는 등 위협 강도를 한껏 높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새로운 길'은 과거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신년 메시지의 구호이자 열쇳말인 정면돌파의 내용을 뜯어보면 외형적인 강경 입장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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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 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규정했고, 북한의 현재 여건상 경제발전의 기본 동력은 자력갱생일 수밖에 없다.
대미 정면돌파의 정확한 의미는 "만일 우리가 제재 해제를 기다리며 자강력을 키우기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적들의 반동공세는 더욱 거세여질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에 담겨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이는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경험했듯 미국의 '날강도 이중적 행태'가 드러난 이상 미국에 대한 기대를 빨리 접고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자체의 위력을 강화하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값진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 더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금만 더 압박하면 북한도 어쩔 수 없이 항복할 것이라는 미국 조야의 강고한 '제재 만능주의' 신화를 깨야 만 트럼프 행정부의 셈법도 바뀔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북미 간 대립이 장기화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못 박으며 제재 완화에 대한 달콤한 기대감을 싹둑 잘라냈다.
물론 북한의 새로운 전략이랄 수 있는 정면돌파전은 정치외교는 물론 군사적 수단도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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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 개발은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임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정면돌파의 기본 전선은 경제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안보 쪽으로 중심 이동을 경계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새 전략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과거 병진노선과 마찬가지로 여겨질 수 있다.
경제·핵무력 병행을 경제·전략무기 병행으로 대체하고 강조점을 조금 달리 했을 뿐 병진노선의 새 버전 격인 셈이다.
다만 북한의 전원회의 보도는 "우리의 외부 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충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이라고 서술했다.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총력집중 노선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힌 셈이다.
북한은 한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던 올해 신년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이 아닌 보도문 형태로 발표함으로써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
정부도 북한의 이날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고 "미국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것을 평가"하면서 북미대화의 조속한 개최를 기대하는 내용의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정부는 북한의 전원회의 보도에 대남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에 대해 정확한 의중은 더 파악해봐야 한다면서도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