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이 정치적 논란은 피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가능성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조 전 장관의 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윗선, 공범 등 제3자의 개입 여부도 파헤치려했던 검찰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른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등 굵직한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구속하면서, 향후 수사를 진척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진술 등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이 수사 자체에서는 명분을 챙긴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수사한 지난 4개월 동안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을 중단하기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해 이른바 먼지털이식 수사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이 직권남용 범죄라는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후속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진행에 따라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을 한 것"이라며 "혐의가 위중한 만큼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초 검찰 정기인사에서 수사팀 '물갈이'를 예상하는 주장도 있는 만큼, 검찰이 법원의 뜻을 수긍해 조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식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영장 재청구보다는 증거와 법리를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얘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기자
한편, 검찰은 이른바 '조국 수사'의 출발점이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가족비리' 의혹 수사는 올해 안에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비위 첩보를 수집해 경찰에 넘겨주는 등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의 외압 문제로까지 의혹이 번지고 있고 송철호 현 울산시장 등 주요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도 남아있어,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기까진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