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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번호 출생지 삭제? 다른 정보도 임의 번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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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주민번호,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 담고 있어
출생지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정보도 임의번호화 해야
주민번호, 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간첩 색출 미명으로 시작돼
당시 국민 일거수 일투족 감시,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져
주민번호체계 전반 검토하는 기회 되었으면
외국은 행정 영역별로 다른 번호 부여 하고 있어
수사 과학화가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침해되고 있어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관용> 지난주에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체계 개편안을 내놨어요. 이게 출신지역이 드러나는 것 번호 그걸 바꾸겠다, 없애겠다 이런 건데. 그런데 이 정도 갖고 안 된다, 반쪽짜리 개편안이다 이런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한상희>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정관용> 지금 주민등록번호는 앞에는 생년월일 6자리 맞죠? 그다음 뒤에 7자리 중에 맨 첫 번째는 남자냐 여자냐 그거고.

◆ 한상희> 성별 정보가 있고요.

◇ 정관용> 그다음에는 지역이 거기에 들어갔다면서요.

◆ 한상희> 그렇죠. 성별 정보 그다음에 4자리 숫자가 지역 정보입니다. 그러니까 주민등록을 처음 등록한 지역의 그 고유번호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거든요. 출생지 정보가 들어가는 셈이 돼버리는 거죠.

◇ 정관용> 출생지 정보가 고스란히 거기 번호에 담겨 있다.

◆ 한상희> 그렇죠.

◇ 정관용> 그래서 정부가 이제 그 4자리 그 번호를 출생지 정보인 지역번호가 아니라 그냥 임의번호로 바꾸겠다 이거죠?

◆ 한상희> 이번에 나온 개편안은 그렇게 되는데요. 이제 주민등록번호 자체에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지역이라든지 또는 연령이 거기 당연히 따라 들어가는 거고요. 정보 같은 것도 사실상 단순히 남녀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출신 외국인인지 아닌지까지도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요. 지금이 19세기인지 21세기인지 이런 것도 다 구분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는 게 현행 주민등록번호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래도 그나마 출생지 정보를 없애는 거는 개인정보를 조금 더 비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들어 있습니다만 이 정도는 부족하다 이 말인가요?

◆ 한상희> 사실 어떻게 보면 그나마도 나은 개선안이긴 합니다만 기왕에 출생지 정보를 임의 정보로 바꾼다고 한다면 다른 정보도 조금 난수화해서 임의 번호로 처리를 하면 거기에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연령을 확인한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 정체성과 다른 그런 성별로 타인시된다고 하는 이런 문제점들이 없어질 거 아닙니까? 정부가 한 걸음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냥 모든 번호를 임의 번호로 하자 이거군요?

◆ 한상희> 그렇죠. 그런데 엄밀히 본다면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그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요?

◆ 한상희> 우리나라처럼 출생 당시부터 고유한 번호를 부여하고 이것을 평생 동안 변하지 않도록. 요즘은 조금 예외적으로 변경 가능하게 해 놨습니다만 일생 동안 하나의 번호를 가지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번호가 어떻게 보면 DNA라든지 지문이라든지 이런 생체정보하고 다를 바가 없는 정보가 돼버리거든요.

◇ 정관용> 그러네요.

◆ 한상희> 그러다 보니까 그 정보만 하나만 알고 있으면 개인은 모든 일생에 관련된 정보들을 다 알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정관용> 맞아요.

◆ 한상희> 문제가 뭐냐 하면 사실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만들어진 게 68년인데요. 김신조 사건 그러니까 북한 간첩이 청와대 침투했던 사건 있지 않습니까? 그 이후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서 간첩을 색출하겠다라는 미명으로 이제 제도를 만들었는데요. 사실은 명분은 간첩 색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검열하겠다는 그런 의도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국민의 모든 개인정보들을 식별하는 공통식별자료로써 주민등록번호가 지금 활용되고 있고요. 그러니까 오늘날 같은 개인정보가 정말 가장 소중한 인권이 되어 있는 이 시대에 주민등록번호만 하나만 알고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들, 일거수일투족까지 지금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이런 제도는 결코 이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조금 그런 면에서는 행안부가 지역번호를 없애겠다라는 수준에 멈출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아가서 그런 번호체계 자체를 한번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위변조 방지 강화 주민등록증 어떻게 바뀌나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주요 선진국에는 이런 주민등록번호 체계 같은 게 없나요?

◆ 한상희> 행정을 하다 보면 개인에게 일련 번호를 부여할 필요는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문제는 외국의 경우에는 각 행정영역별로 다른 번호를 부여를 하죠. 예를 들자면 그러니까 세금을 거둘 때는 납세자 번호가 따로 있고요. 복지 관련돼서는 사회보장번호 같은 것들을 부여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대학에 들어가면 학번이 부여되지 않습니까? 그런 걸로 관리하면 되는 거죠. 지금 우리의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처럼 외관으로는 보입니다만 실질적으로 그 모든 번호들을 주민등록번호에 연동시켜놔버렸습니다.

◇ 정관용> 그랬죠.

◆ 한상희> 그 개별 번호들이 의미가 없는 것이 돼버리는 거죠.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모든 것을 다 관리하는 체계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납세자번호, 사회보장번호, 자동차 운전면허번호, 의료보험 번호 이런 것들이 서로 따로따로 있어도 되는 거네요.

◆ 한상희> 그렇죠. 하다못해 군대 가면 군번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관리하면 되는 건데 그것에다가 주민등록번호를 연동시켜서 그러니까 군번이나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 번호나 이런 것들이 무의미하게 만들어놓은 거죠.

◇ 정관용> 반대로 주민등록번호라는 체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한국이 가장 높은 치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라는 반론도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한상희> 저는 그런 이야기가 참 잘못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서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하는 나라에서 이 정도 범인 검거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건 경찰이 잘못한 거죠. 모든 일상생활을 다 찾아볼 수 있는 거거든요. 심지어 요즘 휴대폰 가지고 있으니까 휴대폰도 주민등록번호하고 연동시켜서 그 휴대폰을 통해서 위치정보를 파악을 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상희> 이제 그런 체제에서 어떤 범인들이 어디로 도피했는지 이런 것들을 찾지 못하면 그건 경찰의 잘못이라고 보는 거죠. 어떻게 보면 수사의 과학화가 이루어져야 되는 지점에서 주민번호가 너무나 좋은 수사 단서를 제공하는 바람에 오히려 수사의 과학화가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침해된다고 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과도한 개인정보 그리고 과도한 사회 통제 시스템의 상징이 주민등록번호다. 차제에 아예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 말씀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상희> 수고하십시오.

◇ 정관용>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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