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한 도축업자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러한 방식의 도살은 법령에 의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어서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19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씨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는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인 것"이라며 "이러한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른바 '똥개농장'이라는 이름의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고 쇠꼬챙이(전살기)를 개의 주둥이에 갖다 댄 후 전기 스위치를 올려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구든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해서는 안된다"는 동물보호법을 어겼다며 기소했다.
1심에서는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방법 중 전살법(電殺法)을 이용한 도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 방법과 비교해 이씨의 행위가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재판부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의 취지를 다시 해석했다. 재판부는 "잔인성에 관한 논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유동적인 것"이라며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특정인이나 집단이 아닌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이어 "전살법으로 개를 도살하더라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씨는 그러한 인도적 도살 방법에 따르지 않았고 개가 죽지 않은 채 쓰러진 후에도 전기가 잘 흐르도록 바닥을 물로 적시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래 돼지 사육을 하던 이씨가 구제역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개 사육과 도축에 나선 점이나 이미 관련 도축 시설을 폐업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