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고등학교처럼 보이는 도쿄대학 풍경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가 도쿄대학(동경대학)의 '남초 현상'에 대해 집중 분석하는 기사를 8일(현지시간) 게재했다.
기사는 사토미 하야시라는 도쿄대학 여학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도쿄대에 입학하려던 당시 주변으로부터 도쿄대 졸업장이 자신의 결혼을 망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남자들이 도쿄대 출신 여성들에 겁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쿄대에 진학했다. 입학해 보니 5명 가운데 1명 정도밖엔 여학생이 없었다.
하야시는 "여성이 전체 인구의 절반인 사회에서 여성 비율이 20%뿐인 대학은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도쿄대학의 여학생 결핍은 일본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의 부산물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남성만큼 성취해서는 안 되고 가끔은 교육 기회로부터 스스로를 억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여권 신장을 띄우며 일본의 여성 취업률이 미국보다 높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지만 여성들의 주요직 기용이나 정부의 고위직 진출은 제한돼 있다.
이런 불균형은 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난 20년간 도쿄대의 여학생 비율은 20% 정도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7대 국립 기관의 여성비율도 25% 정도이며, 게이오대 와세다대 같은 명문 사립대의 여학생 비율도 30%를 겨우 넘는 정도다.
베이징대의 여학생 비율 50%, 서울대의 여학생 비율 40%, 싱가포르 국립대의 여학생 비율 51%에 견줘도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여학생 기근 현상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도쿄 의대 사례가 가끔씩 인용된다.
이 학교는 수년 간 여학생들의 입학 숫자를 줄이기 위해 여학생 응시자들의 성적을 조작해오다 지난해 고발당한 적이 있다.
학교측은 여자 의사들이 결혼 후나 출산 후에 일을 중단한다는 이유로 여학생 입학비율을 30% 선으로 맞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이후 올해 이 대학 입학생은 여학생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물론 도쿄대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여학생을 탈락시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도쿄대 쿠마다 아키코 교수는 일본에서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학문적 성취는 여성들의 몫이 아니라는 사상을 주입받는다고 설명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본의 학부모들은 딸 보다는 아들의 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반면 딸에 대해서는 시집가서 주부가 되는 게 더 좋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도쿄대 여학생을 배출 중인 오인 여고의 사이토 유키코 교장조차도 "여자의 인생은 훨씬 복잡하다"며 "여자들은 결혼을 할지 말지, 한다면 누구와 결혼할지, 결혼해서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 때문에 여학생들이 '덜 야망적'이게 되고, 출세가 보장되는 도쿄대에도 남학생보다 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쿄대학에 재학중인 여학생들은 어떤 처지일까?
법대에서 막 졸업 사진을 찍은 수기모토 키리라는 학생은 남학생들이 자기와 함께 사진찍으면 남학교처럼 보이지 않아 좋다는 말을 해서 언짢았다고 했다.
그는 "돌멩이들 틈의 장식용 장미처럼 취급받는 게 싫다"고 말했다.
아카야마 에리카라는 여학생은 도쿄대 남학생들은 여자 도쿄대생들이 너무 진지하다거나 귀엽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어떤 학생이 도쿄대 여학생들은 겁난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그게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성적 농담이나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서도 감내해야 한다.
하야시는 "그 같은 성적 농담을 이해해줘야 한다. 남학생의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