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수사관들이 결국 또 도구로 사용됐다."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수사관들의 한탄이 흘러나왔다.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 소속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검찰 수사관 A 씨의 빈소 자리에서는 같은 처지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모여 시국을 한탄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를 찾았던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A 씨 발인이 엄수된 4일 CBS노컷뉴스와 만나 "다들 청와대와 검찰 모두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한 수사관은 결국 수사관들이 높은 분들에게 도구로 사용된 것 아니냐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근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음날인 2일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동료들은 앞다퉈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조문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빈소에 있던 A 씨 동료들은 '이번 정권은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놓고도 여러 추론이 이어졌다. 고인의 동료 중 한 명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전화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는데, 그것도 큰 압박이 되지 않았겠느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일부 수사관은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실망감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한 수사관이 "A 수사관에 대해 별건 수사도 진행했던 것으로 들었다"며 분노했다는 것이다. 빈소에서는 "이래서 앞으로 누가 청와대 파견을 가려고 하겠느냐"라는 하소연도 이어졌다고 한다.
A 수사관 빈소에는 윤 총장을 비롯해, 김조원 민정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고인의 상관이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방문했다. 김 수석은 지난 3일 빈소에서 "청와대가 고인에게 압박을 가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A 씨가 숨진 지 하루 만에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경찰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 함께 참관하고,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사인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A 수사관 휴대전화는 서울 대검찰청에서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나, 잠금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