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강남점 까사미아 매장(사진 제공=까사미아)
이사를 끝낸 완벽한 나의 집에 딱 하나 없는 것은 TV를 올려놓을 거실 수납장이었다.
거실장이 없어 TV를 바닥에 놓았더니 소파에 앉으면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TV가 아니라 책을 보는 것 같이 불편했다.
이사한 새 집에 어울리는 TV장을 사기로 마음먹은 김주영(32)씨는 곧장 백화점 9층 가구매장으로 향했다.
백화점에서 친구와 점심을 먹겠다는 약속은 거들 뿐, 9층 까사미아 매장에 도착한 그는 주부 고객들 사이에서 '매의 눈'으로 가구들을 살피고 소파에도 앉아보며 신중히 가구를 골랐다.
구매 예산은 최대 100만원으로 잡았다. "가구는 실제로 보고 사는 거랑 인터넷에서 사는 거랑 큰 차이가 있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백화점은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으니까 와서 보고 느껴야 하는 것 같다"며 "이왕 사는 거 좋은 걸 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한 번 쓰고 이사갈 때 버리는 가구 대신 "좋은 가구를 사서 오래 쓰자"는 젋은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가구업계도 젊은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까사미아는 지난 3월 프렌치모던 스타일의 프리미엄 가구 컬렉션인 '라메종(LA MAISON)을 론칭했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며 발빠르게 대응한 덕에 까사미아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프리미엄 소파인 '캄포 모듈 소파'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8월 대비 지난10월 매출이 약 2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사미아 매장 직원은 "캄포 패브릭 소파의 경우 고급 덕다운 충전재를 사용한데다 가족수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이 가능해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며 "1인용 리클라이너 의자도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제품의 질이 우수한 반면 가격도 경쟁력이 있어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퍼시스그룹의 소파 전문 브랜드 알로소는 '합리적 프리미엄'이라는 전략을 내세워 3040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퍼시스측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알로소 매장의 방문 고객 중 30대가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장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방문 고객 중 절반인 50%는 혼수 목적 방문으로 집계됐다.
퍼시스 관계자는 "밀레니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본인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브랜드, 품질력을 갖춘 가구, 홈스타일링 브랜드에 과감히 투자하는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2조5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 14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23년에는 1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홈퍼니싱 시장에서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집안 공간을 세련되게 연출해주는 프리미엄 가구가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생활 장르 매출 신장률은 2015년 4.9%에 불과했지만 2018년 11.3%까지 크게 올랐다. 올해도 7월까지 생활장르 매출 신장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2% 더 높다. 특히 생활 전문관이 있는 점포의 매출은 더욱 높았다. 지난해 강남점의 생활 장르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13.2%, 센텀시티의 경우 29.5% 상승했다.
이같은 프리미엄 시장 확대는 주 52시간제가 정착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만서 거실 가구와 주방 가구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가구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의식주 중에서 마지막인 주거 환경에 지갑을 여는 선진국형 소비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안목이 점차 높아지면서 가구업계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프리미엄 가구와 소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