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날 무시해" 폭언·폭행에 골병드는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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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 ③]
폭언·폭행 신고는 물론 보상조차 못 받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폭행의 또 다른 가해자는 한국인 동료
잇따른 '혐의 없음' 판단에 강제 출국 위기에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
한국어 배울 기회 없는 상황에서 폭언·폭행에 장기간 노출

※ 농어촌의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폭언·폭행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광주CBS 기획보도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 세 번째 순서로 폭언·폭행을 당하더라도 사업장 변경조차 요구할 수 없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섬이라는 '감옥'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들…화장실 없는 '곰팡이' 숙소
② "마음에 안 드니 나가라" 내쫓기는 외국인 노동자
③ "감히 날 무시해" 폭언·폭행에 골병드는 외국인 노동자
(계속)

◇ 폭언·폭행 피해에도 신고는 물론 보상조차 못 받는 외국인 노동자

한국인 고용주에게 둔기로 맞아 머리를 다친 외국인 노동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왜 때리는지 이유나 알고 맞고 싶어요"

지난 2018년 초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서 지내며 미역 양식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 20대 여성 A씨는 밤늦게 숙소에 찾아온 고용주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이전에도 술 취한 고용주로부터 여러 차례 행패를 당한 A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튿날 A씨를 만난 고용주는 자신을 무시했다며 손과 발 등으로 A씨의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했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었던 A씨는 경찰 신고는 물론 아무런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은 성별 구분 없이 이뤄지고 있다. 11월 초 한국에 들어온 동티모르 국적 20대 남성 B씨 등 2명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의 한 섬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가슴 부위에 파스를 달고 살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60대 고용주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슴을 수차례 발로 걷어차면서 큰 통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외국인 노동자 폭행의 또 다른 가해자… 한국인 동료

한국인 고용주가 휘두른 어구에 외국인 노동자가 맞아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사진=독자 제공)

 

외국인 노동자를 폭행하는 가해자는 고용주들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9월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한 섬에서 일하던 동티모르 국적의 20대 C씨는 함께 고용된 한국인 직원으로부터 머리와 뺨 등을 수차례 맞았다. 최근까지 전남 목포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고 일한 인도네시아 국적 20대 D씨는 배에 탈 때마다 한국인 동료 선원의 폭행에 시달렸다.

흉기를 들고 폭행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D씨는 두려움에 사업장을 무단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D씨는 지난 10월 해당 사건을 해경에 접수했지만 관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고용주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했을 경우 외국인 노동자가 이탈한 원인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언과 폭행을 당하더라도 쉽게 사업장을 떠나거나 사업장 변경을 요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 가해자들의 연이은 '혐의 없음'… 강제 출국 위기에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

한국인 고용주에게 폭행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부상 당한 어깨 등에 파스를 붙였다(사진=독자 제공)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이 반복되고 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쉽지 않다. 지난 2월 배추 출하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 40대 여성 E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 사업장을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씨가 쉬는 날을 이용해 고용복지센터에 다녀온 사실을 알게 된 고용주는 E씨를 밀어 문에 머리가 부딪히는 부상을 입었다. E씨는 자신을 폭행한 고용주를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용주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두 명씩만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고용주와 직원이 공모해 범행 은폐를 시도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 폭언·폭행의 상당수는 의사소통 '부족'이 빌미… 한국어 배울 기회 없어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폭언·폭행의 상당수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람과의 접촉 없이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어를 습득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익산 노동자 집 김호철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모든 책임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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