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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살 생존자'들…"지지와 관심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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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생존자'들, 자살위험 일반인보다 3~4배 높아
편견에 힘들다는 말 조차 못하는 현실…"사회적 관심과 지지 필요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떠난 사람 뒤에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자살 생존자'는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사람을 뜻한다. 자살 생존자에는 좁게는 '자살 유가족'부터 넓게는 자살 사망자의 친구, 동료 등 의미 있는 관계의 '주변인'까지 포함된다. 자살 생존자들은 높은 '자살 위험'에 시달리지만,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故 구하라 역시 지난 10월 절친했던 동료 故 설리를 먼저 떠나보낸 자살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수많은 악플, 전 남자친구와의 법정 공방, K팝 스타로서의 압박감까지 구씨의 죽음을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설리의 죽음이 구씨의 심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1명이 발생하면 최소 5명~10명의 유족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공개한 통계를 보면 2018년 자살사망자 수는 13,670명이다. 적게는 6만 명에서 많게는 13만 명의 사람들이 자살 생존자에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친구, 동료 등까지 확장하면 더 많다.

자살 생존자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살 생존자들은 '현실 부정', '죄책감', '절망' 등 각종 부정적 감정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2018 심리부검 면담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 121명 중 81%(87명)가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 중 19%(23명)는 심각한 우울 상태였다. 여기에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자살생존자의 자살 생각은 일반인보다 3.7(친구, 동료)~4.5배(가족) 높다.

문제는 자살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족한 관심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 10명 중 7명은 자살 사망 사실을 지인이나 친구,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안 좋게 볼까 봐", "편견이 있을까 봐", "창피해서" 등이 이유였다. 정부의 지원도 많지 않다. 올해 정부의 자살 예방사업 예산 218억 원 중 유족 지원사업 예산은 6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직접적인 혈연 관계를 맺지 않는 친구나 지인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한국은 자살 생존자에 대한 '사후개입'이 매우 취약하다"며 "자살 사망자 1명이 생기면 이를 목격한 사람부터 절친했던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지만, 이들을 접촉하고 발견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 생존자 전체의 목소리를 듣고 경청하는 등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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