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시합 끝나고 두 팔을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를 냈어요.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면서…"한 실업팀에 소속된 30대 여성 운동 선수가 증언한 한 코치진의 '성폭언' 실태다. 이렇듯 공공기관 실업팀 소속 선수 10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인권위가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팀 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1.4%(143)명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인권위가 앞서 이달 7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조사 결과(성폭력 3.8%)를 웃도는 수치다. 언어·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성인선수는 언어폭력 33.9%(424명), 신체폭력 15.3%(192명)로 학생선수(언어 15.7%·신체 14.7%)보다 훨씬 높았다. 성인 선수들이 학생 선수보다 인권 침해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손이나 볼, 어깨, 엉덩이 등 신체 부위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선수가 66명이나 됐다.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주무르기)를 시킨 경우도 50건이 넘었다.
신체 크기나 모양,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고 강제로 스킨십을 당한 선수도 85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몰래 신체부위를 촬영 당하고, 강간 피해를 겪은 경우도 적지만 남여 모두에게서 발견됐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 선수는 "시청 관계자들이 하루다 멀다 하고 술자리에 끌고 나간다. 시합 일주일 전에도 감독이 친분을 위한 술자리를 만들어 선수들을 데려갔다"며 "강압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인들을 소개하고, 연락을 지속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거의 매일같이 구타를 당한다고 답한 선수도 100명이 넘었다. 합숙소나 기숙사, 훈련장 등에서 주로 폭력이 이뤄졌는데, 폭력을 겪은 피해자 대부분(93.4%)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언어폭력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쓰레기' 등 비하적 표현으로 모욕감을 주는 일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에 노출된 선수들은 우울증을 겪고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수면제를 복용 중이라는 한 20대 선수는 이전 소속팀에서 자살시도를 해서 나왔고, 최근 감독과 갈등을 빚어 2번째 시도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인권위 정문자 상임위원은 "많은 선수에게 성폭력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체육계 관행과 시스템, 반인권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