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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강부회·Try me…문 대통령도 日 보도에 역정 강력대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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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연기 48시간만에 한일 정면 충돌
靑 정의용 안보실장, 日 고위당국자 작심 비판
"지소미아 종료·WTO 제소 중단은 모두 조건부였다" 日 압박
판깨기보다는 '엄중 경고' 차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중요하지만 日 대응이 더 중요"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를 두고 일본측의 잇달은 '망언'에 직격탄을 날린 배경에는 향후 수출규제 철회와 강제징용 배상 관련 외교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과 동시에 일본의 '여론전'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최종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일본 고위 당국자의 무책임한 발언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의용 안보실장, 이례적으로 부산 찾아 日 작심비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우)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이 열리는 부산 벡스코 현지 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해 일본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 일본 언론 보도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공식 개최 전날 청와대 안보실장이 행사장 미디어센터를 찾아 지소미아 관련 일본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은 그만큼 청와대가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일본의 이런 일련의 행동은 외교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또 잠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태도에 따라 '조건부 연기' 결정에 언제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사실상의 '대일(對日) 경고'로 해석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2일 한국과 동시에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수출규제 관련 한일간 외교협상 개시 의지를 밝히면서 ▲ 한국 정부의 WTO 제소 중단으로 협의가 시작됐다 ▲ 한국이 수출 관리 시스템 문제를 개선할 의욕이 있다고 표현했다 ▲ 반도체 3개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일본의 개별 심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점도 적극 반박했다.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일 간에 발표하기로 한 일본측의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렸다"며 "이러한 내용으로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또 "한일간 사전 조율과 완전히 다르다.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을 통해 사과를 받았다"며 관련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어 "영어에 트라이 미(Try me·시험해 보라)라는 말이 있다. 한쪽이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상대를 계속 자극하면 저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그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 "정부 지도자로서 양심 가지고 한 말인가"…아베 겨냥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 당국자들을 작심 비판한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은 언론 보도만 본 것이라 구체적인 코멘트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지도자로서 양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이 조건부 연기된 지난 22일 오후 아베 총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아사히), 한국 정부의 통보 직후 아베 총리가 "제대로 된 판단"이라고 언급한 보도(마이니치) 등을 겨냥한 셈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종료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미국의 압박을 한국이 견뎌내지 못했고, 미국의 역할을 일본이 배후에서 지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 배후에 일본 고위 관계자들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러울뿐 아니라 사실과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자신들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의 압박과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 게임' 이런 주장은 사자성어로 말씀드리면 견강부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문 대통령도 日 발언에 크게 실망…강력 대응 지시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발표 48시간만에 발끈하고 나선 배경에는 향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치열한 협상을 앞두고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적 승리', '주한미군 철수 압박' 등 일본측 주장은 단순히 아베 내각 지지율 높이기라는 국내 선전을 차원을 넘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측 여론전에 강력 대응하지 않을 경우, 도를 넘은 공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 대통령 역시 최근 일본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고, 정 실장이 직접 나서 '견강부회'라며 일본을 압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지소미아 관련 일본의 '왜곡과 부풀리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과 별도로 향후 협상 판 자체를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 철회와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렬한 성찰,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꽉 묶인 매듭을 풀고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당국자 발언과 보도에 청와대 내부도 계속 '부글부글' 했지만 당장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되돌리거나 어렵게 마련된 협상판 자체를 깨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장까지 정 실장이 찾아와 언론 브리핑을 할 경우 정상회의 취지가 다소 퇴색될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강력 대응하기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도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의용 실장까지 비판에 나선 것은 일본이 지소미아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고, 한국이 원칙도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프레임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초반부터 확실하게 입장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그렇다고 향후 협상 판까지 다 깨는 건 아니다. 오늘 (청와대) 발표는 상대가 하는 것 만큼 똑같이 하겠다는 메시지를 일본에 던진 것"이라며 "다가오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고 보는 게 가장 적절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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