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내는 불빛은 곤충에게는 독이 된다. 밤에 달빛을 이용해 짝짓기를 하거나 먹이를 찾고, 방향감각을 갖게 진화해왔는데 인간이 켜둔 인공조명이 이를 교란 한다는 것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의 박사후연구원 브렛 시모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관련 논문 229편을 분석해 인공조명이 곤충의 생물학적 기능을 방해하는 무수한 사례를 정리한 논문을 과학저널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에 발표했다.
곤충은 지난 수십년간 개체 수가 줄어왔으며 앞으로도 악화할 일만 남아 일부 연구원들은 이를 '곤충의 종말(the insect apocalyps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생물보존을 통해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농지와 서식지 파괴로 곤충의 40% 이상이 수십 년 내에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곤충들이 70억 인구가 의존하는 대부분의 작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꽃가루 수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모어 박사 연구팀은 곤충을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이 서식지 파괴나 지구온난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는 상대적으로 쉽게 대처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네 가지 조치를 권고했다.
우선 필요 없는 전등은 끄자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등을 꺼두면 에너지를 줄이고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렇게 관리되지 않고있다는 것이다.
시모어 박사에 따르면 인공조명은 빛의 밝기와 색상, 편광, 깜박임 등 네 가지 형태로 곤충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예컨대 곤충 상당수는 물이 빛을 편광시키는 것을 이용해 물을 찾는데, 인공조명의 편광이 물이 있는 곳으로 곤충을 착각하게 만들어 빛으로 달려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등을 내내 켜두는 대신 동작 감지기를 달아 꼭 필요할 때만 조명을 가동하자고 했다.
아울러 전구는 곤충이나 동물이 이를 달이나 태양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전구의 일정 부위를 가리는 커버를 활용해 조명이 필요한 부분에만 빛이 닿게 할 것도 제안했다.
연구팀은 또 '청색광(blue light)'은 인간이나 생태계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집 근처에서는 황색등을 고수해 줄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