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활개친 인테리어 사기범, 집주인·업자 등치고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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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집'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
입주자들 상대로 사기 친 인테리어 업자들 입건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대금 주지 않고 잠적
개인 자영업자들 피해 호소 …피해 규모 더 커질 듯

# A씨는 지난 5월, 3개월 뒤면 입주할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었다. 아파트 행사 홍보 부스에서 만난 인테리어 업자가 '구경하는 집'으로 A씨의 집을 이용하게 해주면 공사를 저렴한 가격에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업자에게 1,800만원을 건넸다. 입주 날이 다가왔지만, 공사는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다. A씨의 연락에 업자는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답변만 가끔 할 뿐 연락은 제대로 닿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입주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부랴부랴 다른 업체를 찾아야 했다.

# 전기공사업자인 B씨는 지난 9월 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업자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연락했다며 "다음에 더 큰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 줄 테니, 이번에 저렴하게 아파트 공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계약 하나가 급급한 자영업자인 B씨는 요구에 응했다. 공사를 끝낸 뒤 사진을 찍어 업자에게 보내며 공사대금을 달라고 말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 지금까지도 B씨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사진=독자 제공)

 

서울, 경기도, 전남 등 전국을 다니면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해준다며 입주 예정자들에게 돈을 받은 뒤 잠적한 인테리어 업자들을 검찰이 쫓고 있다. 일당은 하도급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를 맡긴 뒤 공사대금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검찰 등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하남경찰서는 지난 9월 인테리어업자 류모(51)씨, 모집책 송모(46)씨 등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서울남부지검을 거쳐 최근 광주지검으로 이송됐다.

류씨 일당은 '구경하는 집'으로 집을 사용하게 해주면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겠다며 입주자들에게 공사 비용을 받은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전기, 도배 등 개인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를 맡기고 공사 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자영업자, 입주자 등 피해자는 10명이 넘고, 개인당 최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 일당은 잠적한 상태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경찰에 따르면 류씨 등은 전국 각지의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 등을 돌며 예비 입주자들에게 접근해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일당은 입주자가 공사비를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공사를 하지 않거나, 공사에 착수해도 납기를 맞추지 않는 등 부실 공사를 한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대포폰을 사용하고, 업체명도 바꿔가며 신원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당은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를 시킨 뒤, 공사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지인의 소개를 받은 것처럼 꾸며 개인 공사업자들에게 연락하거나,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홍보 부스를 꾸려 "다음에 더 큰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 줄 테니, 이번에는 저렴하게 공사해달라"며 공사업자들을 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업자들은 "일의 특성상 건마다 계약서를 쓰기 어렵다"며 "대부분 계약서 없이 구두 계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류씨가 카드 돌려막기를 하듯이 한 공사업자에게 돈을 받고 잠수를 탄 뒤, 다른 현장에서 또 사람을 구해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서울, 경기, 전남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인테리어 업체가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해도 피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파트 시공사들 대부분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선정, 관리하는 권한을 용역업체에 맡기기 때문이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들 일당에게 손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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