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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 '동백꽃'으로…연기 고삐 푼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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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방송 화면 캡처

 

배우 이정은이 고삐 풀린 듯 놀라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보는 이들로 하여금 또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베테랑 배우의 존재 이유를 그는 오롯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이면 연기 경력 30년차를 맞는 이정은은 올해를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로 빚어냈다. 화제를 모은 KBS 2TV 수목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동백(공효진) 엄마 정숙 역을 맡아 캐릭터에 뚜렷한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냈다.

'동백꽃 필 무렵' 20일 방송분은 그의 물오른 연기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숙의 과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있지 마"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라는, 지병으로 생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정숙이, 딸 동백에게 남긴 편지 문구는 시청자들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조리한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정숙의 모습은, 이정은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남다른 생명력을 얻은 분위기다.

앞서 그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국내 1천만 관객 돌파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에서도 우리 시대 기층민을 대변하는 부잣집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으로 분해 코믹과 광기를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내공은 배우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그가 걸어온 길 덕분에 더욱 다져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정은은 지난해 함안댁 역할로 자신을 널리 알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종영 뒤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출연작에서 맡은 역할 가운데 이름을 지닌 캐릭터가 많지 않았다. 주로 무슨 댁, 아줌마, 이모 등으로 불렸다. 실제 배우로서 내 삶 역시 그랬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키워 가는 과정에서 동료애를 느끼고, 그러한 관계망 속에서 생각과 시각이 바뀌어 온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불이익을 많이 당하지는 않았지만, 연극을 하면서 경제적 문제로 인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마트에서 여사님들과 일을 해봤기에 경험에서 나오는 동질감이 있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쪽으로 관심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동력은 호기심"이라며 "스스로 지루하지 않게 연기하려 애쓰고 있다"는 지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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