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으로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 외무성의 2인자인 최선희 제1부상을 협상 상대로 지목했다.
이에따라 그간 진전을 보지 못했던 북미 실무급 협상이 한층 격상돼 보다 무게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어온 비건 대표는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에서 열린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이 부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대북 협상의 초점은 흐트러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1부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실무급 협상에서 북측 협상팀이 비핵화 문제에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고 좌절감을 토로해왔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도 "우리는 아직 권한이 주어진 협상과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선희 1부상이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북한 외무성의 2인자 최선희 부상.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자신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으면서 실질적 권한도 갖고 있는 북한 외무성의 2인자 최선희 부상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셈이다.
비건-최선희 급 협상이 성사된다면 북미 실무급 협상은 외교당국의 2인자인 부장관-부상 급으로 격상, 보다 무게감 있게 진행되고 그만큼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부상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제재 완화와 같은 미국의 선제 조치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급 협상이 결렬되고, 이후 북한이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박은 가운데 북미가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비건 지명자는 북한과 외교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아직 비핵화하는 선택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보진 못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 측으로 공을 넘겼다.
아울러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연말 시한이 지난 뒤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도발의 단계로 돌아간다면 이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인위적인 것"으로 "그들의 데드라인일 뿐"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3차 북미정상회담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은 없다"고 못박아,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먼저 실무급 협상에서 어느 수준의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비건 지명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우리는 한국과 강경한 분담금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