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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 한국에선 왜 안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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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국회의원…17대 23명→20대 3명
"기초-광역-중앙의원 코스 밟아야 하는데 당에서 키워주지 않아"
미국, 만29세 상·하원 배출…비결은 탄탄한 지역정치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사진=자료사진)

 

17대 국회에선 23명이던 30대 의원이 20대 국회 들어 정은혜(민주·비례대표), 신보라(자유한국당·비례대표), 김수민(바른미래·비례대표) 의원 단 3명으로 줄었을 정도로 우리 정치에서 청년 정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

'86그룹'이 30대였던 2000년대엔 17대 국회에 대거 입성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수가 대폭 줄어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8.7세에 달한다.

◇ 씨마른 청년 정치인…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청년 영입'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20년동안 인재 풀(pool)도 줄어 영입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서 청년 인재 영입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스토리가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알려져 있으면 '사기꾼' 같은 느낌이 난다"며 인물난을 호소했다.

총선기획단의 또다른 관계자는 "알아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말 되는 인재가 없다"며 "기초의원 중에서도 청년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년 난'을 겪고 있는 데엔 그동안 주류로 자리매김한 '86세대'가 후진 양성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년 정치인을 중앙당 중심으로 영입해 왔던 문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전직 구의원은 "기초-광역-중앙 국회의원 코스를 밟으면 좋을 텐데 현실적으로 당이 집중 관리해서 키워주지 않는다"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경쟁자가 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유망한 젊은 의원을 발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오바마·바이든 모두 지역 정치에서 출발…586이 점령한 서울시의회

최근 선거에서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10세 이상 젊어진 미국 의회도 지역 정치에서 중앙 정치로 이어지는 코스가 한몫 했다는 평가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2000년대에 출생)'가 약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들이 지역에서부터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만 29세로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이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을 필두로 40세 미만인 연방 하원의원은 현재 25명에 달해, 그 비율이 우리보다 5배 많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어린 대학생들이 지역 정치에 진출해 하원 선거에 도전하는 식으로 영역을 넓혀 온 결과"라며 "50개 주(州)를 '50개의 민주주의 실험실'이라고 할 만큼 청년 정치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좋다"고 말했다.

미국은 거물급 정치인들도 지방 의원에서 경력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상원에서 활동한 뒤 연방 상원으로 직행했고,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역시 시의원으로 일하다 만 29세의 나이로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진입장벽이 낮은 주의회에서 경험과 연륜을 쌓은 뒤 자연스럽게 중앙 정치에 입성하는 게 미국에선 일종의 코스로 자리잡은 반면, 국내의 경우 기초의원조차 전반적으로 노쇠하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100명 중 30대는 3명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86세대'나 그 이상인 연령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고인물'이 되어버려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 교수는 "한국은 워낙 중앙정치 위주라 진입장벽이 높다. 총선이 다가오면 청년 영입에 생색만 내는 모양"이라며 "정치에 뜻도 없는데 이름만 알려진 덕분에 비례대표 뱃지 한 번 달고 마는 '일회성'에 그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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