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활력법’ 적용범위가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173개 신성장동력 분야로 확대된다. 그동안 기업활력법 혜택은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기업만 받을 수 있었다.
오는 13일 전면 시행되는 기업활력법은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기 위해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고 패키지로 여러 정책 지원을 해줘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활력법 시행과 관련, 주요 정책기관, 업종별 협회·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지난 3년간의 기업활력법 운용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 자동차 등 주요 업계의 사업재편 동향, 사업재편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애로사항에 대해 공유하고 기업활력법을 통한 원활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8월부터 3년 한시법으로 시행된 기업활력법은 8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효력기간이 2024년 8월까지 5년 더 연장됐다.
법 적용대상은 기존 과잉공급업종 기업에서 신산업 진출 기업과 산업위기지역 기업으로 확대됐다.
신산업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신성장동력 기술을 활용한 산업 또는 '규제샌드박스 4법'에서 정한 신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의료기기·헬스케어 등 11개 산업, 40개 분야, 173개 신성장동력 기술과 규제샌드박스 4법을 통해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승인받은 품목 및 서비스군 84개가 여기에 속한다.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은 품목이 늘면 적용 범위도 늘어난다.
기업이 진출하려는 사업 분야가 신산업에 해당하는지는 새로 구성된 신산업판정위원회가 해당 사업의 시장성, 성장성, 파급효과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산업위기지역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상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되도록 위기를 초래한 산업(산업위기지역의 주된 산업)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산업위기지역 주된 산업을 영위하면서 산업위기지역 내 본·지점, 또는 사업장을 둔 기업과 이 기업에 부품이나 기자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단, 협력업체의 경우 주된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20% 이상 돼야 하고 산업위기지역이 속한 광역 시·도 내 사업장 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개정 기업활력법에서는 둘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둘이 함께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심의 기준이 완화된다.
예를 들면 두 기업이 과잉공급 완화나 신산업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기존에는 승인을 신청한 두 기업과 새로 설립되는 합작법인 모두가 구조변경 요건 등 모든 법적 요건을 갖춰야 했지만, 이제는 세 기업 각각이 일부 요건만 갖춰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 또 새로 설립되는 합작법인을 포함해 공동사업재편에 관여한 모든 기업이
기업활력법상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업활력법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신사업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술개발, 설비투자 등 각종 자금 수요가 많은 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고자 세제·보조금 등 지원이 추가됐다.
기업활력법 승인을 받아 사업재편계획을 이행 중인 기업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중소기업처럼 이월결손금 100% 공제를 받아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기업이 지방에 공장 등을 신·증설할 때 받을 수 있는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문턱이 더 낮아졌다.
이전에는 기존 사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방에 공장을 신·증축해 생산설비를 설치하는 경우에만 자격이 됐으나 앞으로 기존 사업장을 축소하더라도 그 이상 규모로 신규 투자를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은 기업활력법 승인을 받아 사업재편계획을 이행하는 경우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에 따른 산업용지 등 처분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2016년 8월부터 현재까지 과잉공급 업종에 속하는 109개 기업의 기업활력법 적용을 승인했다. 이들 기업은 사업재편계획에서 3년간 약 2조2천억원의 투자 계획과 2천여명의 신규 고용계획을 내놓았다.
승인기업 중 61개사를 대상으로 이행점검을 한 결과 사업재편계획 대비 투자 이행률은 약 68%이고, 고용의 경우 이미 3천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