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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그만 말하고 싶은 사람, 바로 우리 유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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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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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라, 지겹다" 비아냥에 눈시울 붉혔지만, 다시 한번 '진상규명'
유가족 "지치고 아플 겨를도 없어…억울함 한 점 없이 모든 의혹 규명되길"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 맨 앞 자리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앉아 있다.(사진=김재완 기자)

 

세월호 참사 후 이날까지 5년 7개월 동안 유가족들이 유일한 바람인 '진상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외칠 때마다 "그만하라, 지겹다, 잊어라"는 일각의 비아냥도 뒤따랐다.

처음에는 막말에 밤새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담담해진 유가족들은 이번 검찰의 재수사를 맞아 다시 한번 '진상규명'을 외친다. 그러면서 "그만하라"고 말했던 이들에게 되묻는다.

"세월호를 그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우리 가족들입니다. 한 점의 억울함 없이 다 규명돼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 수난과 좌절의 연속이었지만…"마지막 기회로 알고, 최선 다할 것"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부지, 이곳의 한 작은 컨테이너를 故 문지성 양 아버지 문종택 씨는 4·16 TV 방송실로 사용 중이다.

컨테이너 내부는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의 사진과 그림, 크고 작은 '노란 리본'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참사 관련 영상을 만들어 송출하는 문 씨의 목에는 아직 딸의 학생증이, 팔목에는 'REMEMBER 20140416'이 적힌 노란 팔찌가, 외투 곳곳에는 '노란 리본'이 달렸다.

문 씨는 지난 8월부터 매일같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 설치를 요구하며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7일 경기 안양시 단원구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故 문지성 양 아버지 문종택씨가 '특수단 설치' 팻말에 대해 설명 중이다.(사진=김재완 기자)

 

그는 "대검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얼마 받으려고 이러느냐', '너희들 세금도둑이다', '아직도 세월호야'라는 등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역으로 문 씨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그는 "세월호를 그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겠냐고 하면 가족들, 그리고 나 스스로다"라면서 "세월호를 그만 말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안다는 이야기인데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비아냥도 버텨냈지만 지난 세월의 고생을 떠올릴 때면 이따금 눈시울이 불거졌다.

문 씨는 "매 순간이 수난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5주기 때, 가족들 뜻(특수단 설치)을 제대로 듣고 약속을 지켜줬다면, 대통령께서 선출되기 전에 약속했던 (진상규명을) 가장 우선시해 줬더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이번 재수사를 앞두고 문 씨는 진상규명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설 각오를 다졌다. 참사 이후 매일 차곡차곡 모아온 영상, 문서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살피느라 요즘 밤새우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는 "2014년도에 한번 찾아왔던 기회를 우리는 놓쳤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며 "검찰과 특조위에서 놓치는 부분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연극으로 치유했던 나날…"지치고 아플 시간 없이 진상규명 하겠다"

故 곽수인 군 어머니 김명임 그리고 故 정동수 군 어머니 김도현 씨는 지난 2016년 3월 다른 희생자 및 생존자 어머니들과 극단 '노란 리본'을 창단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4·16 공방에 어머니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고 있다.(사진=박하얀 기자)

 

올 해로 3년째에 접어든 연극 활동으로 아픔을 치유했던 이들은 이제 다시 그때의 기억을 꺼낼 마음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도현 씨는 "(재수사를 하면) 그 아팠던 기억들 다 끄집어내야 한다. 잊을 수 없지만, 바느질, 연극에 집중하면서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는 건데 다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어머니들은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혀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현 씨는 "힘을 보태야 하면 보태고 증언을 하라고 하면 나서야겠다"며 "부모님들 500명의 기억이 모두 달라 그게 하나하나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다"며 "아직 세월호 유가족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며 웃어 보였다.

김명임 씨도 "지치고 아프고 사치를 부릴 겨를이 없다"며 "다들 나이가 들어가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진상규명을 해내겠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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