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교측이 집단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교측의 은폐 여부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초대 청소년 보호위원장을 지냈으며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 무료변론을 맡아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56)는 지난 21일 시민단체 요청으로 익산에 내려와 피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강 변호사는 해당학교인 익산의 A중학교측이 피해학생인 B양(15, 중3)을 전학시키기 전에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밀양의 집단 성폭행 사건은 경찰의 폭력적 수사로 피해자들에게 제2, 제3의 고통을 안겨줬지만 이번 익산 사건은 학교측이 사건을 은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학교 당국이 공개사과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파면해야 한다고 보고 학교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또 "학교 당국이 진실 규명은 뒤로 한 채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무조건 쉬쉬하려는 그릇된 교육관이 자리해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진상을 명확히 밝혀 마땅히 바로잡는게 올바른 교육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중학교측 관계자는 "피해학생을 전학 보낸 것은 가출 등으로 인한 조치"였으며 "피해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것은 전학을 간 뒤 학교에서 떠도는 소문을 통해 알았다"며 은폐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익산 지역 4개 중학교 3학년 학생 8명으로 구성된 ''끝없는 질주''라는 폭력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6개월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익산시 모현동 모 아파트 B양의 집에서 B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것으로 최근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로 인해 B양은 지난 해 9월, 충격을 받아 보름동안 가출을 했으며 학교측은 B양의 무단 가출과 C 대학 남학생과 교제해 온 점 등을 문제삼아 학부모와 전학문제를 상의한 끝에 10월에 B양을 다른 학교로 전학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양의 학부모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어서야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딸의 성폭행 사실을 알게됐다.
이미 전북 여성단체 연합과 익산 성폭력 상담소 등 시민단체측은 21일, 학교 당국의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킨 상태다.
경찰 역시, 수사 과정을 통해 일부 가해자 학부모는 물론, 해당 학교측에서도 이미 성 폭행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심증을 굳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학교측은 "''은폐''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경찰과 언론이 문제를 확대시켜 전학을 간 이후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들어간 B양에게 또다시 고통을 안겨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해 은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B양을 수차례 집단성폭행한 가해학생 6명을 구속하고 형사 미성년자인 2명은 소년부로 송치했다.
CBS 전북방송 이균형 기자 balancele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