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전 세계 IT밸트 조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가 위기를 겪으며 '거품투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적자 행보를 걷고 있는 쿠팡도 대주주인 비전펀드의 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미래 트렌드를 주도할 기업에 집중 투자해 전 세계에서 IT밸트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1000억 달러(우리나라 돈 119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했다.
비전펀드는 △차량공유 '우버(Uber)' 93억 달러 △반도체설계 'ARM' 80억 달러 △사무실공유 '위워크(WeWork)' 44억 달러 △그래픽처리장치(GPU) '엔디비아(NVIDIA)' 40억 달러 등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비전펀드의 버블(거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이 18억 달러를 기록한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한데 이어 전 세계 직원의 30% 가량인 4000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소프트뱅크는 95억 달러, 우리나라 돈 11조원에 달하는 구제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우버는 올해 3분기 순손실이 11억 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9억 8600만 달러)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고, ARM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엔디비아 주식은 아예 전량 매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연간 2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비전펀드의 보고서가 신뢰할 수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대체로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되고 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나아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공짜로 돈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유니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비전펀드가 IT버블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쿠팡(사진=연합뉴스 제공)
비전펀드가 위기를 겪자 국내에서는 쿠팡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전펀드는 쿠팡에 30억 달러(우리나라 돈 3조 5688억원)을 투자했다. 비전펀드는 쿠팡의 지분 40~50%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주주다.
쿠팡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쿠팡은 '의도된 적자'라는 입장이었지만, 비전펀드의 투자금이 조만간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쿠팡의 위기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캐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를 영입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긍정적인 해석은 나스닥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2010년 창업 이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해 온 쿠팡이 월스트리트의 거물급 인사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마존을 롤모델로 성장해 온 동시에 로켓배송을 통한 물류혁신의 성공사례인 점을 강조하면 쿠팡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무한투자 전쟁상태인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을 고려하면 쿠팡을 인수하기 위해 나설 국내‧외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여전하다.
따라서 비전펀드의 위기로 추가적인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 쿠팡이 '의도된 적자'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전펀드의 위기로 인해 업계에서 쿠팡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을 인수한다고 해도 전세계는 물론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조차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라며 "이미 경쟁이 극심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은 생존전략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