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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이가섭 "재윤의 미래요? 밝은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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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니나 내나' 재윤 역 이가섭 ①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니나 내나' 재윤 역 배우 이가섭을 만났다. (사진=이한형 기자)

 

※ 영화 '니나 내나' 내용이 나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본 과거 인터뷰에서 '제가 로딩이 조금 걸리는 편이라서…'라고 말한 것을 새기고 마주 앉았다. '하다 보니' 나아지긴 했지만, 인터뷰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며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가섭. 뚜껑을 열어 보니 무척 겸손한 답이었다. 그는 자기 생각을 꺼내어 정갈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인터뷰이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 재윤 역을 맡은 배우 이가섭을 만났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이 중 가족과 가장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막내 재윤이 그가 연기한 캐릭터다.

자나 깨나 가족 걱정뿐이고 혹여 본인의 존재가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 굿이라도 벌이고 싶어 하는 큰누나 미정(장혜진 분)이 있다면, 재윤은 그와 딱 정반대에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는 것이 있고, 가족들도 '제 삶'을 살기를 원한다. 실제의 이가섭은 수상 소감에서 부모님을 "제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가족을 향한 마음이 깊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니나 내나'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인가.

처음에 시나리오랑 그래픽 노블로 받았다. 그래픽 노블 보고 시나리오 봤는데 사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너무 감사했다. 또, '폭력의 씨앗' 보고 연락 주셨는데 내게 재윤과 맞는 이미지를 보셨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분이 좋기도 했다. 또 가족적인 이야기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무겁지는 않은 가족 이야기여서? (이동은 감독 전작을) 저도 되게 재미있게 봐서 아무래도 바로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나 보다.

네, 길지는 않았다. '재밌겠다' 싶었다. 너무 좋으신 선배님들이 나오시고,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아무래도 선택하는 데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 재윤을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좀… 제가 처음 느꼈을 때는 표현이 조금 서툰? 서툰 인물? 캐릭터적으로 다가갔다기보다는 가족 서사 위주로 봤다. ('니나 내나'가)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재윤은) 표현이 조금 서툰,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인물 같았다.

이가섭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예민한 막내이자 SF 작가인 재윤 역을 연기했다. (사진=명필름, 로랜드 스튜디오 제공)

 

▶ 재윤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재윤 자체가 굉장히 매력 있다고 본다. 재윤이 하는 대사 중에 되게 좋은 대사들이 많고. 가족이랑 같이 있을 때 뭔가 튀어 보이진 않는다. 심드렁해서. 미정, 경환(태인호 분), 규림(김진영 분)이랑 있을 때도 저만 어디까지 가냐고 얘기하지 않나. 규림이가 뭔가 사다 줬을 때도 재빨리 담배를 끄는데, 그런 행위를 봤을 때 그래도 (가족에) 애정은 있는 친구인데 참… 뭐가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가족들과 있을 때 가장 심드렁하고 틱틱대는 것 같았던 재윤이 나중에 재밌었냐고 앤디(한별 분)가 물었을 때 재미있었다고 하지 않나. 그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더라.

옷 이렇게 입고 나왔는데 어디까지 가냐고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가족들과 여행을) 같이 간다. 재윤도 (그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재윤도 앤디와 얘기할 때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미소인 듯 아닌 듯한 느낌으로 얘기한다. 어느 정도 옅은 미소가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재밌었지", 뭐 이런 식으로 하지 않나. 좋았으면 좋았다고 얘기하는데. 그래서 표현이 서툴다고 생각했다.

▶ '우리 소식 좀 주고받고 살자', '어째서 남이고? 가족이잖아'라고 하는 미정과 달리 재윤은 '가족이라서 더 말 못 한 거라고', '가족이라고 괜찮은 게 어딨노?'라며 가족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아직까지 말 못 할 지점들이 있기도 하다. 제가 처음에 재윤에 대해 생각했던 게 있다. 저도 서울에서 혼자 산 지 오래 됐는데, 부모님이 아프냐고 하면 아파도 안 아프다고 얘기하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얘기하고 그랬다. 이렇게 시작했다. 서로의 배려 이런 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복합적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걸 누구한테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있겠고. 자꾸 챙겨주는 게 좀 그런(부담스러운)… 느낌이었던 것 같다.

▶ 인터뷰나 대종상 신인상 수상 소감을 보면 가족에 대한 애정이 무척 커 보였다. 그래서 혹시 재윤 캐릭터에 공감 못 하진 않았나 궁금했다.

그런 건 없었다. 저도 부모님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까 얘기했듯 밥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하는 것 같은.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다. 시나리오가 주는 힘이 좋았다.

▶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관계성이 도드라졌다. 재윤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정, 경환은 어떤 사람인가.

사실 엄마(김미경 분)의 부재로 누나가 엄마 역할을 다하지 않았나. 저는 엄마를 본 시간이 짧기도 하고… 재윤이 봤을 때 (미정은) 좀 답답한 것 같다. 뭔가 자기 거를 더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동생들한테 그렇게 모든 걸 다 해주려고 하는 건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 마음에 미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던 것 같다. 재윤의 표현법은 '답답함'(에서 나오는)이 더 많았던 것 같고.

형은 그냥 형. (웃음) 뭔가 형이 조금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근데 재윤의 입장에서 형은 한 번도 날 답답하게 하거나 자기 거를 못 하고 있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결혼도 했고 사진작가도 했고 자기 활동 잘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누나보다는 더 편한… 내가 굳이 얘기를 안 해도 되는? 형도 제가 가지고 있던 걸 어느 정도 눈치챈 상태인데 얘기 안 했던 걸 보면 형이 조금 더 편한 느낌인 것 같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니나 내나' (사진=명필름, 로랜드 스튜디오 제공)

 

▶ 그렇다면 재윤에게 부모님은 어떤 존재일까.

사실 엄마를 이해했을 것 같다. 원망이 없진 않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재윤은 '왜 멀리 와서 있냐. 그래(그렇게) 도망가고 싶었냐'고 되게 무덤덤하게 얘기하지 않나. 예전 회상 씬에서 엄마 아빠가 서로 밀쳐낸다. 그런 걸 보면서 어쩌면 (가족 관계에서) 조금 더 예민해진 것 같고, '가족이라는 게 뭔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슬픔 속에서도. 그런 걸 보고 커 왔다는 생각이 들면… 근데 이해해야지. (웃음)

▶ 재윤은 성소수자임을 가족들에게 드러내지 않다가 감정이 고조돼 갈등이 폭발했을 때 이야기한다. 이 같은 설정에 부담은 없었는지.

이런 가족도 있고 저런 가족도 있다고 봤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성소수자라는 것을 제가 더 표현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냥 사람 얘기기도 하고. 앤디 역의 한별 배우를 만나서도 지금 느끼는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얘기도 많이 했다. 호흡하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혜진 선배, 인호 선배, 진영 배우가 워낙 잘 리드해줘서 슛 들어가기 전 쉬고 있을 때 느낌이 그대로 나왔던 것 같다. 그게 조금 더 가족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호흡이 쌓여서 촬영 때도 나왔다고 할까. 감독님께 감사하다, 좋은 선배님들 만나서.

▶ 둘째인 경환은 재윤이 그런 얘기를 해도 아주 놀라지 않은 내색이었다. 알고 있었다고 덤덤히 말해줬는데.

재윤 입장에서는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고마웠다. 그래도 나를 이해해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근데 그 상대가 형이니까 더 고마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둘이 앉아있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서로) 사이가 멀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긴 하지만 멀게 안 느껴졌다. 앞에서 그런 대사를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사소한 궁금증인데, 재윤은 왜 여러 장르 중 SF 작가가 됐을까.

글쎄. 다른 것도 잘 썼을 것 같다. (웃음) 제가 감독님께 한 번 제대로 물어보겠다.

▶ 장혜진은 인터뷰 때 왠지 재윤이 작품으로 어떤 결과를 낼 것 같다고 예상하더라. 재윤의 미래는 어땠을 것 같나.

재윤의 미래? 밝은 것 같다. 엔딩에서 보면, 제가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는데 재윤이 미정을 되게 흐뭇하게 보는 듯한 장면이 있다. 미정이 점프했을 때. 되게 많은 게 풀렸을 것 같다. 재윤이 가지고 있던 어떤 것들이. 그래서 더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았을까. 가족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기도 하고. 다 풀렸다고는 감히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뭔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게 좀 다르지 않았을까.

▶ 엄마를 찾으러 간 여행 이후 가족들이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해 봤나.

아니, 그려보진 않았다. (웃음) 응원하는 거로. 그래도 서로 조금 더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뭔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뒤로 돌아가진 않겠지. <계속>

배우 이가섭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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