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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한 해 보낸 장혜진, '마음의 가난' 극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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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니나 내나' 미정 역 배우 장혜진 ②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니나 내나' 미정 역 배우 장혜진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2018년은 '배우' 장혜진에게 잊을 수 없는 해일 것이다.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제대로 알린 한 해이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에서 생활력 강하고, 가난하지만 부부 금실이 좋은 충숙 역을 맡아 천만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올해 부일영화제에서는 충숙 역으로 여우조연상까지 탔다. 또 다른 주연작인 영화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도 지난달 30일 개봉해 앞으로는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일만 남았다.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한 장혜진은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으로 데뷔했지만 금방 연기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일을 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다시 한번 연기에 도전했다. 그게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이었다. 이후 '마린보이', '시', '사랑을 말하다', '우리들', '당신의 부탁', '어른도감'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국내에서 천만 넘게 보고, 프랑스-미국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영화('기생충')에 출연했다고 해서 장혜진의 삶이 180도 달라지진 않았다. 물론 변화는 있다. 장혜진은 예전보다는 작품이 여러 편 들어온다며 웃었다.

'니나 내나' 개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니나 내나' 삼 남매 중 첫째 미정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을 만났다. 예전보다 배우로서 입지도 더 다졌고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있는 지금도, 과거에 느꼈던 '마음의 가난'을 여전히 느낄까. 아니면 조금은 달리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했다.

◇ 친한 친구의 동생을 감독으로 만난 특이한 인연

장혜진과 이동은 감독은 독특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 장혜진의 친한 친구 동생이 바로 이동은 감독이었던 것. 하지만 일은 일이었다.

장혜진은 "친한 친구 동생이지만 감독님도 저를 선배님으로 불러주셨고 저도 감독님이라고 불렀다"라며 "감독님이 절 잘 알았다고 하지 않고, '누나 잘 모르는데요'라고 해서 더 설득이 됐다. 다만 제가 단역을 하다가 이렇게 주연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영화 '니나 내나'를 꼭 개봉 첫 주에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어, "감독님은 되게 섬세하시다. 말도 막 하시지 않는다. 유하지만 결단을 내릴 땐 내린다. 어떤 걸 정할 때 결정과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셨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감독이 우왕좌왕하면 배우들도 '이거 어떡해야 돼?' 싶은데 그러지 않더라"라고 부연했다.

장혜진이 바라본 이 감독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일부러 출연진에게 애교스럽게 군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스윽 와서 듣고 같이 웃기도 하는. 또한 장혜진은 "감독님이 글을 쓰시는 분이다 보니 말하는 것보다 글을 통해 본인을 더 잘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같이 연기한 배우들에 관해서도 반갑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매로 분한 태인호, 이가섭은 정말 '경환' 같고, '재윤' 같았다고 짧지만 강한 답을 내놨다. 두 사람이 워낙 현장에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줘서 편하게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장혜진은 다음에도 두 배우, 이동은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구두계약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엄마 경숙 역) 김미경 선생님은 연극계에서 정말 유명한 분이세요. 영화 '배심원들'에 나오셨고요. 조언도 많이 주셨어요. 마지막에 춤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거기서 신나게 춤을 추시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하시면 나중에 힘들지 않으실까 싶었는데 정말 즐겁고 신난다고 하면서 춤을 추셨어요. (아버지 만길 역) 고인범 선배님도 연극 오래 하신 분이죠. 워낙 잘해주셨고, 역할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규림이(김진영 분)는 정말 촬영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삼촌들 사랑 독차지하면서요. 사투리를 못 하는데 억양 가지고 삼촌들이 '그게 아니고 이거다!'라고 하면 뭐가 다르냐고 물었어요. (웃음) 원래도 키가 컸는데 얼마 전에 보니까 일 년 만에 키가 훌쩍 또 컸더라고요. 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고민이 많은데 그 깊이가 깊고 진지하더라고요. (상희 역) 상희도 연기 너무 잘하죠. '착해갖고 그 가시나랑 등산도 같이 안 갔나' 이런 대사 하는데 (웃음) 진짜 어떻게 연기 연습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니나 내나'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하자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주시길 바란다. 이왕이면 개봉 첫 주에 봐주시면 좋겠다, 개봉관이 많지 않으니까"라며 "IPTV로 보시더라도 한 번쯤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예전에는 부족함 드러내는 것 싫어했지만…

장혜진은 올해 5월과 10월 영화 '기생충'과 '니나 내나'로 주연작 두 편을 선보였다. (사진=㈜바른손E&A, 명필름, 로랜드 스튜디오 제공)

 

장혜진은 아직 선보이지 않은 차기작이 더 있다. 영화 '애비규환'과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드라마는 처음 출연하는 거냐고 묻자 "단역으로는 나와봤는데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 처음"이라며 속삭이듯 답했다.

장혜진은 "예전에는 (작품이) 일 년에 한두 개 들어왔다고 하면 이젠 좀 많아졌다. 작품 폭이 넓어지긴 했다"라며 "제가 뚜렷한 인상이 아니어서 (관객들이) 잘 못 알아보신다. 그게 오히려 장점인 것 같다. 감사하게도 감독님들이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과거 인터뷰에서 '더는 나아질 수 없다'는 마음의 가난 때문에 괴로웠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요즘도 혹시 그런 생각에 힘든지 조심스레 물었다. 장혜진은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연기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예쁜 사람이 많아서"라며 "요즘은 대중분들도 마음을 열어서 저희 같은 연기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욕심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왜 나는 이걸 못 하지?' 하면서 못 하는 것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못 하겠어도 말하지 못했다. '배우면 다 해야지~' 이런 분위기였고, 내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못 하겠다, 나 좀 도와달라고 한다"면서 웃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불안과 괴로움이 찾아온다면, 어디서 위로를 얻을까. 장혜진은 "저는 가족!"이라고 즉답을 내놨다. 그래도 안 될 땐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근데 가끔 읽어요. (웃음) '자존감 수업', '내려놔도 괜찮아' 이런 종류의 것들요. (웃음)" <끝>

배우 장혜진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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