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 허훈 (사진=KBL 제공)
지난 2018-2019시즌 프로농구까지는 외국인선수의 전성시대였다. 2명이 총 6쿼터를 소화했고 팀 공격의 상당 지분을 차지했다. 특별 귀화선수인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 정규리그 평균 15점 이상 기록한 선수는 전주 KCC 이정현(17.2점) 뿐이었다.
외국인선수가 매쿼터 1명씩 뛸 수 있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초반부터 토종 스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각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농구 팬들의 볼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요즘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의 차남 허훈(부산 KT)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허훈은 올시즌 평균 18.2점을 기록해 평균 득점 부문 6위에 올라있다. 라건아를 제외한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
허훈은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창원 LG와 원주 DB를 상대로 2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정통 포인트가드를 선호하는 KBL에서 허훈의 가치는 특별하다. 허훈은 2대2 공격 과정에서 수비의 반응이 느리면 슛 거리를 따지지 않고 과감하게 외곽슛을 던진다. 그런 적극성이 수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교를 거치지 않고 프로에 직행해 벌써 KBL 5년차에 접어든 포워드 송교창(전주 KCC)은 매시즌 발전해왔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송교창은 평균 16.2득점, 4.5리바운드, 3.3어시스트, 야투율 51.7%, 3점슛 성공률 43.5%를 올리며 KCC의 초반 돌풍에 기여하는 주득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송교창은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활용한 골밑 공략에 늘어난 슛 거리와 적극성을 더해 점점 더 위력적인 득점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주 KCC 송교창 (사진=KBL 제공)
허훈과 송교창은 선수 효율성을 보여주는 PER(Player Efficiency Rating) 부문에서 각각 22.2, 21.2를 기록하며 국내선수 3위와 5위에 올라있다.
두 선수 외에도 DB 김종규(17.1득점)와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15.4점)이 평균 15득점 이상을 꾸준히 올리며 팀 공격에 기여하고 있다.
출전시간 대비 활약상을 따져보면 고양 오리온의 빅맨 장재석의 분전이 눈에 띈다.
단신 포인트가드 조던 하워드에게 외국인선수 쿼터 한 자리를 맡기면서 팀내 비중이 높아진 장재석은 올시즌 데뷔 후 가장 높은 평균 9.8득점, 6.4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출전시간은 많지 않다. 평균 23분 남짓 뛰면서 이같은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출전시간 대비 효율을 보여주는 PER 부문에서 24.1을 기록해 국내 선수 중 가장 높다.
이들은 외국인선수 신장 제한이 풀리면서 높이 경쟁력이 강한 선수들이 전 시즌에 비해 많아졌음에도 꾸준한 골밑 공헌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DB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김종규가 PER 22.7로 국내 2위에 올랐다. 4위는 올시즌 평균 14.0득점, 4.9어시스트, 3.1리바운드, 2.5스틸로 활약 중인 서울 SK의 김선형으로 기록은 22.0이다.
PER 20.0 이상의 기록은 올스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로 지난 시즌에는 오세근과 은퇴한 하승진 등 국내선수 2명만이 이 기준을 넘었다. 올시즌에는 5명 이상이다.
이 외에도 양홍석(부산 KT),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변준형(KGC인삼공사) 등 젊은 국내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BL은 올시즌 외국인선수의 역할을 다소 축소하면서 국내선수의 약진을 기대했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도 국내선수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게 농구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도 국내선수의 꾸준한 공헌과 외국인선수와의 조화가 더 중요해졌다. 지금껏 드러난 판도가 그렇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