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자료사진)
초선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쇄신론이 분출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고립된 '섬'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3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는 쇄신론과 관련한 메시지를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해찬 대표 측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려해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한 상황에서 당 대표까지 나서서 재차 사과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며 "그리고 이 대표도 지난 8월 조 전 장관 일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이 대표는 불출마한다. 당 대표에 쏟아지는 불만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와 지도부가 조 전 장관으로 야기된 '광장 정치'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매듭을 짓거나 사과의 메시지를 내지 못하는 배경은 검찰개혁과 연관돼 있다.
당에서는 조 전 장관과 그 주변에 대한 검찰수사를 사실상 '검찰의 반발'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자칫 검찰개혁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검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당에서 조 전 장관 관련 문제로 자꾸 '송구하다'고만 하면, 검찰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지금은 싸워야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쇄신론이 분출하는 이유는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가치가 흔들리는 상황 때문이다.
또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가라 앉을 것으로 예상했던 '조국 국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이슈와 섞이면서 여전히 '조국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당의 사정도 '쇄신론'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사과"라며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문제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의혹들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응천.김해영.박용진 의원 등도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자성을 촉구한 발언을 보면, 모두 유사한 맥락이다.
조응천 의원은 의총에서 "조 전 장관을 지명한 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공정과 정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우리 당의 가치와 상치되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에 많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 홀로 반성과 사과의 뜻을 내비쳤던 김해영 최고위원도 의총에서 "상황이 이런 데도, 왜 반성하는 사람이 없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공개 인터뷰에서도 최근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대응에 쓴소리를 했다.
이철희 의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층이 이 사회가 과연 공정하냐고 묻게 된 책임은 여당과 정부에 있다. 거기에 응답해야 하는데, 당은 지금 조국 뒤에서 마치 조국 하나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그것만 치우면 다 끝난 것처럼 하고 있다"며 "당 대표가 사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에게 약이 된 공정성 문제가 내로남불과 같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으로 비쳐져 가슴이 아팠다"며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갈등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 일부 초선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당의 자성과 쇄신을 촉구할 것이란 얘기도 전해진다.
반면 이제와서 당 지도부에 쇄신과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게 실효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성토가 많다. 근데 문제는 성토의 실효성"이라며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라면 인사를 얘기하는 것일 텐데, 총선이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의원총회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커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