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자사 포털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하고, 실시간 이슈 검색어 폐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악성 댓글(악플)과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인식과 문화 개선 없이는 이런 조치들이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이달 말까지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연말까지 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실검도 폐지 검토
카카오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가 25일 경기도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수영 기자)
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 씨의 안타까운 선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 악플 등을 근절하기 위해 국내 대형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이 연예 뉴스의 댓글을 삭제한다고 밝히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25일 오후 1시부터 카카오 '샵탭' 내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 서비스 폐지 ▲이달 말까지 연예 뉴스 댓글 잠정 폐지 ▲연말까지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 폐지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포함한 실검 개편 방안 검토 ▲내년 상반기 중 뉴스 서비스를 구독 기반으로 전편 개편 등의 '카카오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방향'을 밝혔다.
연예 뉴스 댓글에 대해 카카오는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고, 인물 관련 검색어에 대해서도 "이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폐지 계획을 전했다.
여민수 대표는 "트래픽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으로 (연예 기사 댓글 폐지 등이 트래픽을 감소시켜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사회적 소명에 부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을 열어둔 상태이지만 그곳에서도 안 좋은 부작용이 있는데 인물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서비스 개선을) 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섹션에서도 부분적으로 (댓글 폐지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찬반 진영이 악용했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서도 "폐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용 대표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원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줬던 순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실험에 대해 말을 아낀 네이버는 악플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자사의 노력을 전하며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는 지난 12일부터 욕설 등을 자동치환해서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자료=네이버 홈페이지 캡쳐)
네이버는 2012년 11월부터 욕설과 상대방을 비하하는 단어들을 ○○○ 부호로 자동치환돼 표시하고 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언론사가 댓글 제공 여부와 기사 하단에 댓글 노출 여부, 댓글 정렬방식(작성순, 공감순 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는 스포츠 등 일부 기사에 대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감지해 자동으로 숨겨주는 '클린봇' 서비스를 적용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 기사 등에 변형된 욕설과 혐오표현이 포함된 악플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미 악플 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시행중"이라며 "향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악플이 기사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고…알권리 위축 가능성도"전문가들은 포털의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자가 변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카카오의 이번 실험이 악플 등 인터넷상의 혐오표현 근절에 근본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포털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 등의 요구에 따라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다르게 구성하고 그에 대한 이용자의 평가를 받을 문제"라면서도 "악플은 기사 댓글 뿐 아니라 게시판과 SNS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문제인데 댓글 창을 닫는다고 악플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물 연관 검색어나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제한하는 것도 이용자의 알권리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가 폐지를 포함해 검토하고 있는 실검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론이 모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25일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럼에서 공개한 '실검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내용 중 일부(자료=이상우 교수 제공)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럼에서 일부 공개한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내용을 보면 이용자들은 최신 정보를 빠르게 제공해주거나 정보 검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실검 폐지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들은 실검의 악용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해당 조사에서 실검 이용자들은 "실검 서비스를 첫 화면에서 배제하고 이용하고 싶은 사람만 찾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돼야 한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실검 폐지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KISO 포럼에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실검에 대한 규제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으로 정말 중요한 논의"라며 "이용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실검 유지 및 폐지 이슈에)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특정한 서비스 제한이나 규제보다는 교육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특정 서비스를 제한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이용자 스스로 양질의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