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김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찬반 세력이 특정 검색어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창'을 장악하는 이른바 '실검 전쟁' 이후 실검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실검의 성격과 개선 필요성, 방안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25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주관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날선 의견을 주고 받았다.
실검의 성격에 대해서부터 '여론'과 '여론 조작'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드러난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 측면이 있고, 독립된 시민의 의식을 저해한다"고 지적했고, 박종성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실검 순위 상위권에 올라가면 '다수가 그런 주장을 한다'고 착각해서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검을 정치적 의사표현이냐 여론조작이냐 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확증편향으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일정 입장이 정해진 상황에서 실검에 의한 여론조작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도 "실검은 하나의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실검 순위가 여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3자 효과'로 '나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국민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인데 너무 우려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도 "실검이 여론, 투표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것은 주장에 불과한다고 본다"며 "포털 이용자들은 실검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다 인지하고 있고 실검에 큰 관심이 없다"고 일갈했다.
참석자들은 다만 상업적 목적으로 실검을 이용하는데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위원은 "실검이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찾는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실검이 호객꾼처럼 (제대로 된 정보) 안으로 못 들어가게 제한하는 조치가 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실검을 보면 네이버는 상업적 실검이 순위 상위권을 점하지만 다음은 이런 실검이 순위권 상위권에 없다"며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포털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이런 책무(상업적 실검 관리)를 방기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업적 실검을 건드릴 경우 실검 조작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고 이 부분은 빨리 개선돼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실검이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상업적 실검 이용"이라며 "상업적 실검에 대한 제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검 변화 필요성과 그 방향, 선거기간 중 실검 일시 폐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노 위원은 "실검에 대한 근본 해법을 내놓아야지 선거기간에만 실검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옹색한 처방"이라면서도 "실검에 대한 대책이 당장 나오기 어렵다면 선거기간에만 (제한)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극단적이 예가 될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선거 전날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실검에 떠오른 뒤 확대 재생산 됐을 경우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선거 기간 동안은 자제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 교수는 "이 문제(실검 변화 필요성 및 방향)는 사업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포털 사업자가 도의적 측면이든 경영적 측면이든 없애야겠다면 없애는 것"이라며 "저는 실검이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아젠다 세팅에 도움이 된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선거 기간에도) 유지하면 될 문제이고, 이것(선거기간 실검 운영의 부작용)을 미리 예단해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선거기간동안 허위사실 공표 등 제한하는 규제가 있는만큼 실검이 선거의 공정성을 대단히 해칠 우려가 있다면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 경우 사업자들이 알아서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선거기간 동안 실검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유튜브나 트위터 등으로 갈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업자들이 편하고 만만하고 말을 잘 들으니 (규제를) 우리나라 사업자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의 실검 알고리즘 공개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노 위원과 박 위원은 "실검 알고리즘에 의문을 갖는 이용자들을 위해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교수도 "알고리즘 기술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검 정책의 원칙과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항목, 콘텐츠 정책을 갖고 이용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교수는 "실검 순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이미 공개된 이야기"이라며 "여기에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기술적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고 알고리즘 공개 요구는 좀 오바(과한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검 폐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박 위원은 "실검은 여러가지 순기능과 역기능이 같이 공존하는 문제"라며 "실검이 좋은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있는 만큼 존립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위원은 "실검 자체가 중요한 빅데이터이고 여러가지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 자체를 없애는 것은 타당한 이야기가 아니"라며 "다만 (이용자들이 실검 순위에) 너무 쉽게 노출되고 접근의 문턱이 없는만큼 이 부분을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도 "구글리언(구글 이용자)들이 실검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은 '구글트랜드(구글 실검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네이버나 다음도 바로 실검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않고 2~3차례에 걸쳐서 하도록 할 경우 실검의 문제가 완화되지 않을까"라고 거들었다.
윤 교수는 그러나 "실검에 대한 규제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으로 정말 중요한 논의"라며 "이용자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실검 유지 및 폐지 이슈에)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