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부장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에 따른 '검찰 수뇌부 직무유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검찰 압수수색 시도가 또 다시 무산됐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이 내주지 않자 두 차례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 기류가 팽배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입장을 내 "해당 혐의가 법리적 측면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 관련 경찰이 최근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청구했는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의 질문에 “검찰에서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전·현직 검찰 수뇌부 인사들이 2015년 부산지검 윤모 검사의 '고소장 바꿔치기' 비위 사실을 알고도 징계 없이 사직 처리 했다며 임은정 부장검사가 이들을 경찰에 고발한 건이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사건 당시 대검찰청 감찰1과장) 등 4명이다. 문제가 된 윤 검사의 행위는 지난 6월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상태다.
경찰은 윤 검사의 행위에 대해 감찰 조치가 있었는지, 징계도 이뤄지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한 적절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검찰에 수차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사실 거부당했다.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9월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 기각 당하자 22일 영장을 재신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검찰에 꺾이자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은 검찰 만이 수사해야 하는 성역이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기초단서 수집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게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이드라인대로 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임 부장검사가) 고발을 하고 수사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직무유기라는 게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범죄"라며 "해당 검찰청에서 법리나 증거를 판단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한 건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됐다.
한편 민 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경찰도 검찰 관련 사건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건에 비해 검찰 관련 사건은 수사 진행이 어려운 건 현장에서 수사하는 경찰들이 모두 느끼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발인의 두 번에 걸친 진술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은 고발된 범죄 혐의가 법리적 측면에서도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강제수사에 필요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지검 전 검사의 비위사실이 파악된 후 감찰 조사를 진행한 데다, 사직서 제출 이후 관계기관에 의원면직 제한여부 조회 등을 거쳐 해당 검사를 면직 처리해 관련 법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직무유기죄는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시' 성립하는데 이 사건은 직무처리의 적정 여부를 따지기 전에 피고발인들이 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