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극장가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소개돼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항일 독립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삶을 다룬 '북간도의 십자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12년간 밀착 취재해 그 실체를 파헤치는 '삽질', 쿠바혁명에 참여해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인을 조명한 '헤로니모'가 그 면면이다.
먼저 지난 17일 개봉한 '북간도의 십자가'는 한 손에는 십자가, 다른 손에는 총을 들고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던 북간도 기독교인들 이야기로 시작한다.
3·1운동 100주년 기획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3·1운동 이후 가장 큰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북간도 지역 용정3·13만세운동과 봉오동전투·청산리대첩으로 대표되는 항일 독립 무장투쟁의 원천이었던 북간도 이주 한인들을 그린다.
특히 이들 북간도 기독교인들이 해방 뒤 한국 사회에서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몸을 던진 과정까지 다룸으로써 우리 시대 기독교의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삽질'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받아 일찌감치 검증을 마친 작품이다.
'정부가 기획하고 언론이 참여하고 건설업체가 판을 벌린 판돈 22조 2000억 원의 도박판' '금강, 영산강, 한강, 낙동강에 나타난 녹조라떼' '60만 물고기 떼죽음'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는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은 충격적이다.
이 영화는 4대강 사업의 내막을 파헤치는 한편 이 사업으로 녹색이 돼 버린 강의 모습을 전하는 데 공을 들인다. 강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사업이 강을 고사시킨 아이러니를 고발하는 방식은 진실이라는 특별한 성과를 길어 올린다.
끝으로 11월 중 선보일 '헤로니모'는 김구의 백범일지에도 기록된 쿠바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쿠바혁명에 앞장 섰던 헤로니모의 삶을 다룬다.
헤로니모는 게릴라군이 산 속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도시 내 비밀조직에서 활약하며 혁명의 공을 함께 세운 인물이다. 그는 혁명 이후 쿠바정부를 위해 일하며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쿠바 한인들의 아버지이자 대변인과 같았던 인물 헤로니모를 통해 어떻게 한인들이 머나먼 쿠바까지 가게 됐는지, 그곳에서 한인 사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등을 조명한다.